"불리는 것보다 절세가 더 나은 재테크일 수도"

입력 2020-01-05 15:24   수정 2020-01-05 15:25

김희곤 교보생명 수석웰스매니저(사진)는 고액자산가들의 자산을 15년 넘게 관리해온 베테랑이다. 그가 재무 상담과 자산관리를 해준 고객 수만 5000명 이상이다. 자산가 대부분이 금융자산 30억원 이상을 보유하고 있다.

김 매니저는 최근 자산가들은 투자수익률을 올리는 것보다 돈을 지키는 것에 더 관심이 많다고 전했다. 저금리 상황에서 자칫 무리한 상품에 투자했다 손실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오히려 새로운 투자처가 나타났을 때 바로 투입할 수 있도록 돈을 은행 예금에 두는 사람이 많아지고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저축은행별로 예금자보호 한도인 5000만원씩 나눠 예금에 넣어두는 이도 적지 않다.

자산가들이 주목하는 상품은 주식처럼 사고팔 수 있는 펀드인 상장지수펀드(ETF)였다. 그나마 상대적으로 높은 수익률을 올려서였다. 연 20%대 수익률을 낸 상품도 나왔다. ETF에 사람이 몰리면서 지난달엔 국내 ETF 445개의 순자산 총액이 48조9088억원으로 2002년 한국에 ETF가 처음 도입된 이후 최고액을 기록하기도 했다.

한국경제신문이 2019년 주요 자산별 투자 수익률(지난달 19일 기준)을 집계한 결과 원유(미국 서부텍사스원유·WTI)가 34.8%로 가장 높았다. 개인들은 원유에 직접 투자할 수 없지만 원유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ETF를 통해 간접 투자할 수 있다. 원유 ETF는 한국거래소에 네 개 상장돼 있다.

김 매니저는 상속·증여세 등을 고려한 절세 방법에 대해서도 자산가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김 매니저는 “상속세 최고세율이 50%나 되다보니 투자수익률로 돈을 건지는 것보다 상속세 절세로 나갈 돈을 붙잡는 것에 관심이 더 많다”고 밝혔다.

가장 많이 활용하는 상품이 종신보험이다. 부모가 보험료를 내고 사망한 뒤엔 자녀가 보험금을 받는 형식이다. 받은 보험금에 대해서도 세금을 내야 하긴 하지만 현금이 대거 확보되면서 상속세 재원으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보험료를 한 달이라도 내면 사망시점에 상관없이 받는 보험금의 규모가 크기 때문에 자산가들로선 사망시점에 따라 상대적으로 적은 돈으로 자녀에게 상속재원을 마련해줄 수 있다.

종신형 즉시연금은 현금흐름을 마련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즉시연금의 비과세 한도가 2013년 1억원으로 축소되면서 대안으로 떠올랐다. 즉시연금이란 가입할 때 보험료 전액을 한꺼번에 내고 곧바로 다음 날부터 매달 연금을 받는 보험상품이다. 죽기 전까지 매달 원금과 이자를 합친 금액을 나눠 받는 ‘종신형’, 매달 연금을 받다가 만기 때 보험료 원금을 돌려받는 ‘만기지급형’ 등이 있다. 즉시연금의 비과세한도는 1억원이지만 종신형 즉시연금에 가입할 땐 비과세 한도가 없다. 김 매니저는 “부동산 자산은 많지만 현금이 부족한 사람들이 주목하는 상품”이라며 “공시이율도 연 2.5% 수준으로 은행 정기예금보다 더 많은 이자를 준다”고 설명했다.

금융소득종합과세에서 종신연금으로 얻은 이자가 빠지는 것도 자산가들로선 매력적인 부분이다. 현행 금융소득은 연 2000만원이 넘을 경우 다른 소득과 합산해 종합소득세율로 누진과세(세율 6~42%)되기 때문이다.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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