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이 이란 남부 시아파 성지 쿰의 주요 사원에 적기(赤旗)를 내걸었다. 지난 3일 이라크 바그다드에서 미국의 공습으로 거셈 솔레이마니 이란혁명수비대(IRGC) 정예부대 쿠드스군 사령관이 사망한 일을 두고서다. 주요 외신들은 이란이 미국에 대한 강경 대응 신호를 연이어 내고 있다고 보고 있다.
4일(현지시간) 영국 텔레그래프지에 따르면 이란 국영TV는 이날 이란 성지인 쿰의 잠카란 모스크에 붉은 깃발을 게양하는 모습을 방송에 내보냈다.
이는 사실상 강력한 복수 의지를 표명한 것이라고 주요 외신들은 분석했다. 이슬람 시아파에서 붉은 색은 순교자 등 부당하게 살해당한 이의 피를 상징한다. 적기를 올리는 것은 살해당한 이의 원수를 갚겠다는 뜻으로 통한다. 이번에 게양된 깃발엔 아랍어로 ‘후세인의 복수’라는 문구가 씌여있다. 이슬람 교조인 무함마드의 손자 이븐 알리 후세인이 7세기에 순교한 일을 기리는 문구다.
텔레그래프는 “잠카란 사원에 붉은 깃발이 게양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중동 전문가들은 이란이 솔레이마니 사령관의 복수를 끝낼 때까지 깃발을 내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날 이란 국영TV는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이 솔레이마니 사령관의 가족을 찾아가 조문하는 모습도 방영했다. 솔레이마니 사령관의 딸이 “누가 아버지가 흘린 피를 복수하겠는가”라고 묻자 로하니 대통령이 “우리(이란) 모두가 선친의 원수를 갚을 것”이라고 답하는 모습이 생중계됐다. 로하니 대통령은 “미국은 이번 범죄로 인해 오늘날뿐 아니라 향후 수년간 엄청난 결과를 겪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번 공습으로 사망한 솔레이마니 사령관은 이란의 유력 인사다. 이란 군부 실세이자 이란 정계 ‘보수의 아이콘’으로 통했다. 그간 이란 최정예부대를 이끌며 이란의 역내 전략 설계에 깊이 관여했다. 1979년 이란 이슬람혁명 발발 당시 팔레비 왕조 붕괴에 일조해 이란의 ‘개국공신’ 수준 지위를 누렸다. 이후 이라크 하시드 알사비가 수니파 급진주의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 격퇴 작전을 벌이자 이라크 민병대를 직접 진두지휘하며 이라크 내에서도 명성을 쌓았다.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는 솔레이마니 사령관의 사망 소식이 전해진 당일 “솔레이마니 사령관을 죽인 ‘범죄자’에겐 가혹한 보복이 기다리고 있다”는 긴급 성명을 발표했다. 이란 정부는 사흘간 솔레이마니 사령관 애도 기간을 선포했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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