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 검찰 간부 인사 단행으로 조직 장악 나설 듯

입력 2020-01-05 13:37   수정 2020-01-05 13:38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이번 주에 곧바로 검찰에 인사권을 행사하며 조직 장악에 나설 전망이다.

5일 법조계 등에 따르면 법무부는 6일 오전 정부과천청사에서 검찰인사위원회를 열고 검사장급 이상 고위 간부의 승진·전보 인사를 논의할 예정이다.

이번 인사는 추 장관의 쇄신 강도를 분명히 드러내 줄 것으로 보인다.

지난 3일 취임한 추 장관이 공식 업무에 들어가자마자 발 빠르게 인사를 단행하는 모습이다.

추 장관이 구상한 검찰 고위 간부 인사의 윤곽은 어느 정도 잡혀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인사위원회가 열린다는 것은 인사의 밑그림이 대체로 짜여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정부는 추 장관이 후보자 시절부터 고위 간부 승진 인사를 염두에 두고 대상자 검증 작업에 착수한 바 있으며, 경찰이 수집한 검찰 간부 인사 대상자에 대한 평판 조회 자료도 참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법조계에서는 이번 인사의 폭이 어느 정도일지, 추 장관이 파격 인사를 통해 조직 쇄신과 장악 의지를 드러낼지 주목하고 있다.

가장 적은 폭의 인사는 공석이 생긴 검사장급 이상 7자리를 채우고 그치는 경우다.

현재 공석인 검찰 고위 간부 7자리는 광주·대전·대구 고검장과 부산·수원 고검 차장, 법무연수원장, 법무연수원 기획부장 등이다.

추 장관 임명 날인 지난 2일 박균택 (54·사법연수원 21기) 법무연수원장이 사의를 표명하며 공석인 검찰 고위 간부 자리는 7석이 됐다.

이날까지 추가로 사표를 낸 고위 간부는 아직 없는 상황이다.

현재 검사장급 이상 간부 가운데 윤석열 검찰총장(60·23기)의 연수원 선배는 6명 남았다.

황철규(56·19기) 법무연수원 연구위원, 김오수(56·20기) 법무부 차관, 김영대(57·22기) 서울고검장, 양부남(59·22기) 부산고검장, 김우현(53·22기) 수원고검장, 이영주(53·22기) 사법연수원 부원장 등이다.

법조계에서는 단순히 공석을 채우는 선을 넘어 큰 폭의 인사가 이뤄질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추 장관이 과감한 인사를 통해 검찰개혁 의지를 보여줄 것이라는 관측과 같은 맥락이다.

큰 폭의 인사가 단행된다면 공석인 7자리를 보임하는 것과 동시에 고위 간부에 대한 승진·전보 인사도 이뤄질 전망이다.

인사 결과에 따라서는 검찰 고위 간부들이 추가로 사표를 낼 수도 있어 결과적으로 인사 폭이 더 커지는 구조다.

특히 대검찰청과 서울중앙지검의 주요 보직에 대한 물갈이 인사가 있을지 관심을 끈다.

추 장관이 여권과 청와대를 겨냥한 수사를 담당하는 서울중앙지검과 서울동부지검, 대검찰청 지휘부 내 몇몇 보직을 교체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실제 추 장관은 최근 검찰 수사에 대한 문제의식을 드러낸 바 있다.

그는 지난 2일 임명장 수여식에서 "수술칼을 환자에게 여러 번 찔러서 병의 원인을 도려내는 것이 명의(名醫)가 아니라 정확하게 진단하고 정확한 병의 부위를 제대로 도려내는 게 명의"라며 검찰 수사를 비판했다.

만약 추 장관이 여권을 겨냥한 수사를 진행한 지휘부를 교체한다면 조국 전 법무부 장관 가족 비리 의혹 수사를 지휘한 한동훈 대검 반부패·강력부장과 송경호 서울중앙지검 3차장 등이 대상자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비슷한 맥락에서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 감찰 무마 의혹을 수사하는 조남관 서울동부지검장과 홍승욱 차장, 이정섭 형사6부장 등을 인사 대상자로 점치는 시각도 있다.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 수사 지휘 라인인 박찬호 대검 공공수사부장과 신봉수 서울중앙지검 2차장, 배성범 서울중앙지검장 등도 인사 대상자가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같이 정치적 논란이 거세고 국민적 관심이 쏠린 수사를 지휘한 검사들이 전보 대상이 된다면 법무부와 검찰 사이의 갈등이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한편 추 장관이 이번 인사를 논의하기 위해 윤 총장과 회동을 했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추 장관은 그동안 인사 문제는 검찰총장과 협의하는 게 아니라 법률상 법무부 장관이 검찰총장의 의견을 듣는 것이라며 장관 권한을 강조해 왔기 때문에 윤 총장의 입장이 어느 정도 반영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조준혁 한경닷컴 기자 pressch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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