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으로 새해에는 좀 더 즐거운 시간이 많았으면 한다. 즐거운 시간은 빨리 지나가고 지겨운 시간은 늦게 지나간다. 이만큼 상대성의 원리를 잘 설명하는 것도 없다. 마크 트웨인의 소설 《톰 소여의 모험》에 나오는 페인트 칠 이야기처럼 같은 일이라도 스스로 원해서 할 때 즐거움은 커진다. 그래서 새해에는 자발적으로, 적극적으로 몸과 마음을 움직이려 한다. 몰랐던 것을 배우고 해보지 않은 일에 도전하는 데서 즐거움을 느끼고자 한다.
학문(學問)의 한자적 의미는 답을 배우는 게 아니라, 질문을 배우는 것이다. 2005년 미국 스탠퍼드대 졸업식 연설에서 ‘늘 갈망하되 우직하게 나아가라(Stay hungry, Stay foolish)’고 했던 스티브 잡스의 말처럼 겸손하게 인생에 대한 질문을 배우고자 한다. 이를 통해 눈에 보이는 하늘 그 너머에도 무궁무진한 하늘이 있다는 ‘천외유천(天外有天)’의 진리를 깨닫게 되기를 바란다.
다시 돌아오지 않는 한 번뿐인 시간을 낭비하지 않고 의미 있는 시간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타이밍’과 ‘우선순위’가 중요하다. 타이밍을 놓친 일은 되돌리기 어렵고, 나중에 할 수 있더라도 많은 대가를 치러야 한다. 쇠는 달궈졌을 때 쳐야 한다. 달궈지지 않았을 때 치면 부러진다. 대학시절 어느 추운 겨울, 남산도서관에서 겪은 일은 아직도 나에게 ‘타이밍’에 대한 교훈을 떠올리게 한다. 식당에 가면 늘 직원이 끓인 물을 준비해 놓았는데, 너무 뜨거워 다들 마시지 못했던 기억이 있다. 식는 시간까지 타이밍을 고려해 물을 끓여 놓았다면 적당한 온도의 마시기 좋은 물을 준비할 수 있었을 것이다. 많은 경우 새로운 자원을 투입하지 않고, 타이밍에 맞게 일의 우선순위만 바꿔도 효용을 높이고 의미 있는 시간을 만들 수 있다.
영어 ‘commencement’는 졸업을 의미하는 동시에 새로운 시작을 뜻한다. 송구영신(送舊迎新)의 의미와도 상통한다. 끝은 새로운 시작과 연결돼 있다. 희망차고 건강하며 의미 있는 새해가 되길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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