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의 눈] 청소년 열정 농락한 오디션 투표조작

입력 2020-01-05 17:23   수정 2020-01-06 00:03

최근 한 음악방송의 아이돌 오디션 프로그램 제작자가 시청자 유료 문자 투표 결과를 조작해 특정 참가자에게 이익을 준 혐의를 받고 구속됐다. 이들은 지금까지 네 개의 시즌 전체를 조작했다는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오디션은 단지 시청자에게 보여주기 위한 ‘쇼’에 불과했고, 이미 순위가 정해진 소위 ‘PD픽(pick·선택)’이었다고 한다.

이번 사건으로 소문으로만 돌던 연예계의 불공정한 현실이 여실히 드러났다. 해당 방송사는 물론 전체 오디션 프로그램에 대한 신뢰가 나락으로 떨어졌다. 공정을 기대했던 많은 참가자와 시청자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겼다.

청소년의 열정을 농락한 오디션 프로그램 투표 조작이 기업체의 채용 비리나 취업 사기와 무엇이 다른가. 시청률과 돈벌이를 위해 조작도 서슴지 않은 이들의 행태를 보면서 불공정한 한국 사회의 축소판을 보는 것 같아 씁쓸한 마음이다.

가장 큰 피해자는 오직 실력으로 인정받겠다는 열정 하나로 아이돌의 꿈을 키워온 참가자들이다. 혹독한 연습을 거쳐 오디션에 나선 참가자가 투표 조작으로 낙방했다면 그 피해를 어떻게 보상할 것인가. 유료 문자로 투표에 참여하며 자신이 좋아하는 아이돌그룹의 탄생을 기대했던 시청자들의 낭패감도 작지 않을 것이다.

해당 프로그램이 인기를 얻은 것은 참가자가 실력으로 경쟁하며 시청자의 선택을 받는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믿음은 산산조각이 났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우리 사회의 불공정한 관행을 끊어냈으면 한다. 투표 조작 의혹을 낱낱이 밝혀 오디션 프로그램을 포함해 연예계 비리가 다시는 발붙이지 못하도록 경종을 울려야 한다. 어른들의 불공정과 불법이 청소년의 꿈과 열정을 꺾는 일은 어떤 이유로도 용서될 수 없다.

김은경 < 서울 동대문구 답십리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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