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01월08일(04:00) 자본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올해 국내 기업 중 가장 먼저 회사채 발행에 나선 SK텔레콤이 1조원이 넘는 투자수요를 확보했다. 연초 풍부한 실탄을 손에 쥔 기관투자가들이 초우량 회사채를 담기 위해 적극적으로 매수에 뛰어들었다.
8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이 2000억원 규모 회사채를 발행하기 위해 전날 기관들을 상대로 진행한 수요예측(사전 청약)에 총 1조4500억원의 매수주문이 몰렸다. 700억원어치 발행을 계획한 3년물에 6800억원, 500억원 규모로 발행 예정인 5년물에 4400억원이 들어왔다. 장기물에도 기관 자금이 대거 밀려들었다. 500억원을 모집한 10년물에 2300억원이 들어왔고 20년물에도 모집액(300억원)보다 세 배 이상 많은 1000억원이 모였다. NH투자증권과 SK증권이 발행 주관을 맡았다.
보험사, 연기금, 자산운용사 등 주요 기관들이 앞다퉈 투자의지를 보였다. 특히 자산 듀레이션(가중평균 잔존만기) 연장이 과제인 보험사들이 장기물 매입에 공격적으로 뛰어든 것으로 전해진다. 국내 보험사들은 2022년 보험 부채를 시가로 평가하는 새 보험업 회계처리기준(IFRS17)이 도입되면 부채 만기가 길어지기 때문에 장기채권을 사들여 자산만기를 늘리는데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국내에 몇 안 되는 초우량 민간기업으로 평가받는 것이 흥행 비결로 꼽힌다. SK텔레콤의 신용등급은 10개 투자적격등급 중 가장 높은 ‘AAA’다. 지난해 말 현대자동차의 신용등급(AA+)이 한 단계 떨어지면서 이제는 공기업과 금융회사를 제외한 민간기업 중 AAA등급은 SK텔레콤과 KT만 남은 상태다.
SK텔레콤은 넉넉한 투자수요가 모이자 채권 발행금액을 4000억원 수준으로 늘리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기관들이 경쟁적으로 낮은 금리로 매수주문을 넣은데 힘입어 채권 발행금리도 모든 만기 구간에서 당초 희망했던 수준보다 낮게 결정될 전망이다. 이 회사는 이번에 조달한 자금을 주파수 사용대금 지급과 차입금 상환에 사용할 계획이다.
김진성 기자 jskim1028@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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