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칼 캐스팅보트 쥔 반도건설…권홍사 회장, 누구 손 들어줄까

입력 2020-01-07 17:15   수정 2020-01-08 0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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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건설이 한진그룹 지주사인 한진칼의 지분을 계속 늘리면서 한진그룹 경영권 분쟁의 시나리오가 갈수록 복잡해지고 있다. 한진그룹 일가와 KCGI(강성부펀드) 간 경영권 다툼에 이어 지난 연말 한진 일가 내부에서도 가족 간 갈등이 불거진 상황이다. 결국 오는 3월로 예정된 주주총회에서 지분 대결이 펼쳐지겠지만, 주총 이후에도 언제든지 주요 주주 간 합종연횡으로 경영권 분쟁이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반도건설, 주총 행보 주목

반도건설이 한진칼의 주식을 올해 더 사들여도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의 재선임 건이 걸린 3월 주총엔 영향이 없다. 3월 주총을 위한 주주명부는 지난달 26일 폐쇄됐기 때문이다. 최근 공시 기준(지난해 11월 말)으로 반도건설은 한진칼 지분 6.28%를 보유하고 있다.

이 기준으로 지분율은 △KCGI(17.29%) △델타항공(10.0%) △조원태 회장(6.52%)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6.49%) △조현민 한진칼 전무(6.47%) 등에 이어 여섯 번째다. 고(故) 조양호 회장의 부인이자 조원태 회장 모친인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5.31%)보다 높다.

투자은행(IB)업계 등 시장에선 반도건설이 최근에도 한진칼 주식을 계속 사들여 이미 8~9%대까지 지분율을 높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미 세 번째 주주로 올라섰을 수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반도건설이 당장 3월 주총보다 더 멀리 내다보고 있는 것 같다”고 해석했다.

반도건설은 한진칼의 주식 매입과 관련해 “단순 투자 목적”이라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조 전 부사장이 동생 조 회장의 경영에 반기를 든 입장문을 발표하며 주가가 급등한 지난달에도 반도건설은 한진칼 주식을 사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두고 “반도건설이 한진그룹 경영권에 관심이 없다고 하지만 경영권 향방에 대한 캐스팅보트를 쥐고 있으며 어떤 식으로든 의결권을 행사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KCGI와는 멀리할 가능성 높아

반도건설이 한진가(家)와 KCGI의 지분 경쟁에서 KCGI의 손을 들어주진 않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권홍사 반도건설 회장은 한진칼의 주식 매입 이유에 대해 “처음엔 친분이 두텁던 조양호 회장 소개로 시작했다”고 했다. 권 회장과 고 조 회장의 관계를 감안할 때 한진가와 대척점에 있는 KCGI의 손을 들어주진 않을 것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다만 권 회장이 “3월 주총에 앞서 다양한 주주를 만나 의견을 수렴할 것”이라고 말한 점이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증권가 관계자는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반도건설이 KCGI의 편을 들면 한진가가 모두 뭉친다고 해도 지분율이 비슷해진다”고 했다. 한진가 지분율을 모두 더하면 24.79%고 KCGI와 반도건설의 지분율 합은 23.57%로, 차이는 1%포인트 남짓이다.

한진가 중 누구 손을 들어줄지 관심

이에 따라 반도건설이 조 회장과 조 전 부사장 사이에서 벌어지고 있는 싸움에서 누구의 손을 들어줄지 관심이다. 조 전 부사장은 지난달 23일 “조원태 회장이 선대 회장의 공동경영 유훈과는 다르게 한진그룹을 운영하고 있고, 가족 간 협의에 무성의와 지연으로 일관하고 있다”는 내용의 입장문을 내며 동생인 조 회장에게 반기를 들었다.

3월 주총에서 기준이 되는 한진칼 지분율에서 조 회장과 조 전 부사장 간 차이는 0.03%포인트에 불과하다. 한진칼의 우호지분으로 분류되는 델타항공, 한진가와 지분 경쟁을 하는 KCGI가 가족 내 문제에서 중립을 지킬 경우 이 고문이 조 전 부사장의 손을 들어준다 해도 반도건설이 조 회장 쪽으로 기울면 조 회장이 우세해진다.

반도건설이 지분을 계속 늘릴 것으로 전망되면서 3월 주총 이후에도 반도건설의 입지는 계속 커질 전망이다. 경영계 관계자는 “한진가의 개별 주주보다 반도건설 지분율이 높아진 상황”이라며 “한진가끼리 뭉치지 않으면 경영권이 한진가를 떠날 가능성이 계속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김재후/이선아 기자 h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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