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권홍사 반도건설 회장 "한진칼 주식 더 살 수도"

입력 2020-01-07 17:24   수정 2020-01-08 03:17


한진그룹 경영권 분쟁의 캐스팅보트를 쥔 권홍사 반도건설 회장(사진)이 7일 “한진칼 주식을 최근에도 샀고 앞으로 더 살 수도 있다”고 말했다. 향후 본격화할 수 있는 한진그룹 경영권 분쟁에서 그가 누구의 손을 들어줄지 주목된다.

권 회장은 이날 서울 역삼동 반도건설 본사에서 한국경제신문 기자와 만나 “고(故) 조양호 회장과의 친분을 고려해 투자 목적으로 한진칼 주식을 사 왔다”며 “주식이 저평가돼 있다고 판단하고 있어 필요하다면 더 살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는 작년 11월 말 공시 기준 한진칼 지분 6.28%를 보유하고 있다.

반도건설은 지난해 10월 한진가(家)와 KCGI(강성부펀드) 간 지분 경쟁 구도에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최근 공시 기준으로 단일 주주 중 KCGI(17.29%) 델타항공(10.0%)에 이어 세 번째로 지분이 많다. 최근 주식을 추가로 사들여 이미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지분율(6.54%)을 웃돌 가능성도 있다.

그는 조 회장 재신임 건이 걸려 있는 3월 한진칼 주주총회와 관련, “주총 전까지 주요 주주로부터 의견을 들어 입장을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말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조 회장에게 반기를 들고, 조 회장이 모친인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과 다툼을 벌인 사실이 공개되면서 한진가 내에서도 경영권 분쟁 조짐이 일고 있다.<hr style="display:block !important; margin:25px 0; border:1px solid #c3c3c3" />"KCGI와 아직 만난 적 없어
한진칼 주가 여전히 저평가"


권홍사 반도건설 회장(사진)은 7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한진칼 주식 매입 의도와 관련해 “단순 투자 목적이며 경영권 참여 여부에 관해선 아직 말할 단계가 아니다”고 밝혔다. 하지만 시장에선 단순히 한진칼 주가가 저평가돼 있다고 판단해 주식을 사들이는 건 아니라는 시각이 많다. 실제로 그는 발언할 때 “아직”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며 시점을 한정했다. 그러면서 최근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한 HDC현대산업개발처럼 건설회사의 사업 다각화 측면은 아니라고 했다. 반도건설이 한진그룹 내에서 경영권 다툼이 벌어졌을 때 어느 한쪽의 손을 들어주는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권 회장은 오는 3월 한진칼 주주총회 이후에도 지분을 더 사들일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3월로 예정된 한진칼의 주총이 끝나면 경영은 안정되고 기업가치는 더 오를 것”이라고 말했다. 투자은행(IB)업계에선 최근 반도건설이 한진칼 지분율을 8~9%대까지 높인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올해 안에 반도건설의 한진칼 지분율이 두 자릿수로 높아질 가능성도 있다. 이렇게 되면 반도건설은 델타항공을 제치고 KCGI(강성부펀드)에 이어 2대 주주로 오른다.

권 회장은 한진가(家)와의 경영권 분쟁 당사자인 KCGI나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 등과는 만난 적이 없다고 했다. 그는 “KCGI와 꾸준히 접촉하고 있다는 얘기가 시장에 도는 것으로 아는데 강성부 사장 등 KCGI와 관련된 어느 누구도 만난 적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만 주총을 앞두고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고 있으니 앞으로는 어떻게 될지 모른다”고 했다.

고(故) 조양호 회장과의 친분에 대해선 “예전에 승마협회 일을 같이 하면서 스포츠업계에 발이 넓은 조 회장과 친분이 생겼다”며 “참 좋은 분이어서 주식도 사기로 결정했었다”고 언급했다.

1971년부터 주택건설업에 몸담은 권 회장은 1980년 반도건설을 설립했다. 지난해 기준 반도건설의 시공능력은 13위다. 이 회사의 아파트 브랜드인 ‘반도 유보라’는 큰딸 이름에서 따왔다. 권 회장은 2005~2010년 대한건설협회장을 지내기도 했다.

양길성/김재후 기자 vertig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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