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여 년 재즈듣기 경험을 모아 재즈 입문서 《째째한 이야기》를 펴낸 방덕원 순천향대 서울병원 심장내과 교수(사진)는 “재즈는 때론 신나고 때론 슬픈, 미국 흑인들의 한이 담긴 음악”이라며 “마음을 울리는 곡이 많아 기분을 전환하는 취미로 삼기에 좋다”고 말했다.
순천향대 의대를 졸업하고 미국 메이요클리닉에서 심장질환 연수를 받은 방 교수는 순천향대 서울병원에서 환자를 돌보며 환자경험실장을 맡고 있다.
의사인 방 교수에게 재즈는 또 다른 삶이다. 순천향대 의대에 입학했던 1989년 처음 재즈에 입문해 31년간 매일 재즈음악을 들었다. 한 장 두 장 사 모은 재즈 LP판은 3000여 장, CD는 1500장에 이른다. 지금까지 들은 곡만 10만여 곡이다.
방 교수는 재즈 마니아 사이에서 유명인사다. 1996년부터 PC통신 나우누리 ‘재즈동’에서 ‘비비재즈(bbjazz)’라는 아이디로 재즈 칼럼을 썼다. 국내에 알려지지 않은 가성비 좋은 음반을 소개하면서 입소문이 났다. 온라인 재즈동호회도 이끌고 있다. 이후 재즈 모임은 오프라인으로도 커졌다. 방 교수는 “재즈듣기가 취미인 의사, 사업가, 회사원 등이 모여 한 달에 한 번 각자 가진 음반을 듣고 이야기한다”며 “재즈가 또 다른 인연을 만들어준 셈”이라고 했다.
방 교수가 꼽는 재즈의 매력은 역사다. 그는 “재즈 음반을 만들 당시의 사회 분위기, 차별받던 흑인들의 역사가 녹아 있다”며 “한국인의 정서와도 잘 맞는다”고 했다. 즉흥성도 장점이다. 그는 “재즈는 같은 곡이 없기 때문에 정형화된 틀을 벗어나게 해준다”며 “참는 게 미덕이라고 배워온 사람들에게는 스트레스를 발산하는 좋은 통로가 될 수 있다”고 했다.
스트레스 해소는 건강한 노년을 위해서도 중요하다. 방 교수는 “우울증 때문에 심장질환이 생기는 환자가 많다”며 “집에만 있지 말고 운동이나 여행을 하라는 조언을 많이 한다”고 했다.
방 교수의 바람은 많은 사람들이 재즈를 즐기는 것이다. 재즈 입문을 위해 라디오 재즈 프로그램 등을 틀어놓고 자신에게 맞는 음악부터 시작하라고 조언했다. 추천곡을 묻자 그는 “새해를 맞아 새로운 시대를 여는 찰리 파커의 ‘나우즈 더 타임’이 좋겠다”고 했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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