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불황 터널 끝 보인다"…삼성, 낸드서도 수천억대 흑자

입력 2020-01-08 17:28   수정 2020-01-09 01:12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의 지난해 4분기 실적에 대한 시장의 기대는 크지 않았다. 4분기는 전통적으로 비수기이기 때문이다. 영업이익이 직전 분기(3조500억원)보다 약간 적거나 비슷하면 ‘선방한 것’이라는 평가가 우세했다. 이런 상황에서 삼성전자가 8일 컨센서스(시장 추정치 평균)인 3조600억원을 1000억~2000억원 정도 웃도는 영업이익을 반도체 부문에서 낸 것으로 알려지면서 시장은 환호했다. 삼성전자가 반도체 불황의 터널을 벗어났다는 분석이 우세해지고 있다. 경영계에선 올해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30% 이상 증가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시장 예상치 웃돈 4분기 영업이익

이날 삼성전자는 작년 4분기 영업이익이 7조1000억원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발표했다. 컨센서스(6조5800억원)를 7.9%(5200억원) 웃돈 수치다. ‘어닝서프라이즈’까지는 아니더라도 ‘생각보다 괜찮았다’는 평가가 주를 이뤘다.

반도체사업을 담당하는 DS(디바이스솔루션)부문이 시장 기대치(3조600억원)보다 크게 좋았다는 분석이 쏟아졌다. 2018년 3분기 13조6500억원을 찍고 작년 3분기 3조500억원까지 곤두박질쳤던 DS부문 영업이익이 다섯 분기 만에 전 분기 대비 증가했다는 것이다. 삼성 안팎에선 DS부문이 3조2000억~3조3000억원가량의 영업이익을 거뒀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작년 2~3분기 적자설까지 돌았던 낸드플래시사업도 4분기엔 수천억원의 이익을 낸 것으로 전해졌다.

추풍낙엽처럼 떨어졌던 반도체 가격이 반등세로 돌아선 영향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PC D램 범용 제품인 DDR4 8Gb 1G8 고정거래가격은 작년 10월 이후 12월까지 2.81달러를 유지했다. 작년 9월 8.19달러를 기록한 뒤 줄기차게 이어졌던 급락세에 제동이 걸린 것이다. 낸드플래시 가격은 작년 하반기부터 회복세가 완연하다. 범용 제품인 128Gb 16G8 MLC 고정거래가격은 작년 6월 3.93달러로 바닥을 찍고 지난달 4.42달러로 급등했다.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낸드플래시 중심으로 가격이 오르고 있어 삼성전자 반도체 실적이 직전 분기보다 떨어질 이유가 없다”고 설명했다.

“업황 회복되고 있다”

업계에선 반도체 가격 회복세가 ‘일시적인 현상’이 아닌 것으로 평가한다. 작년 하반기 삼성전자 SK하이닉스가 ‘라인 최적화’ 등을 통해 자연적인 감산에 나서긴 했지만 최근 가격 반등은 수요가 살아나고 있는 영향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최근 투자를 재개한 구글, 아마존 등 데이터센터업체와 PC 제조사들도 메모리반도체 주문을 늘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도체 전문 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최근 보고서에서 “낸드는 수요 우위 시장이 이어지며 1분기 낸드 가격은 작년 말보다 10% 이상 오를 것”이라며 “게임용 그래픽카드 사양이 높아지면서 그래픽처리장치(GPU)에 들어가는 메모리반도체 수요가 커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올해는 5세대(5G) 이동통신 확대에 따른 스마트폰업체들의 주문도 크게 증가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메모리반도체뿐만 아니라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모뎀칩, 카메라 이미지센서 등과 관련한 실적도 크게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김기남 DS부문 대표(부회장)도 최근 “올해 반도체 시황이 좋아진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의 지난해 매출은 전년 대비 5.8% 감소한 229조5200억원, 영업이익은 52.9% 줄어든 27조7100억원으로 잠정 집계됐다. 삼성전자 영업이익의 절반 이상을 지탱해온 반도체사업이 살아나면서 올해 실적은 급증할 것이란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증권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증권사들은 올해 삼성전자 영업이익이 38조2160억원(컨센서스 기준)을 기록해 작년보다 37.9%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황정수/김보형 기자 hj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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