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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마커(생체표지자) 기반 임상 개발 전략으로 항암신약 ‘백토서팁’ 출시를 앞당길 것입니다.”
김성진 메드팩토 대표는 “올해 면역항암제, 표적항암제, 면역치료제 등과 백토서팁을 병용하는 임상에서 중요한 성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키트루다, 옵디보 등 면역항암제가 등장하면서 최근 항암 분야에서는 2개 이상의 약물을 함께 투여하는 병용요법이 주목받고 있다. 백토서팁은 암세포의 증식·전이에 관여하는 물질인 ‘TGF-베타’를 억제하는 병용 치료제로 국내외에서 다양한 임상이 이뤄지고 있다.
30여 년간 TGF-베타 ‘한우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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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암·당뇨연구원장을 맡아달라는 이길여 가천대 총장의 부탁을 받고 귀국했다. 그는 “이 총장이 사실상 백지수표를 주며 연구원 설립을 총괄해 달라고 했다”며 “건물 설계, 인력 채용 등 1000억원 규모의 지원 덕분에 세계적 수준의 연구소를 만들 수 있었다”고 했다.
테라젠이텍스 창업자인 고진업 부회장의 제안을 받고 의약품 유통사업을 하던 테라젠이텍스가 2011년 바이오 분야에 진출하는 데 관여했다. 이후 김대기 이화여대 약대 교수가 국가과제로 개발한 TGF-베타 저해제 백토서팁을 테라젠이텍스가 도입하면서 김 대표는 이를 본격 개발하기 위해 2013년 메드팩토 설립에 참여했다. 메드팩토의 최대 주주는 테라젠이텍스(지분율 15.3%), 2대 주주는 김 대표(10.4%)다.
바이오마커 기반 신약 개발
TGF-베타는 암세포에서 다량 분비되는 물질이다. 면역세포의 기능을 억제하고 암세포 전이를 촉진시킨다. 항암제 내성의 주요 원인이기도 하다. TGF-베타를 저해하는 항암제를 개발하려는 노력은 1980년대부터 시작됐다. 그러나 대부분 중단됐다. 후보물질이 암 전이는 막지만 원발성 암 크기는 줄이지 못했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TGF-베타 저해제는 암세포를 직접 파괴하는 것보다 암의 증식을 돕는 종양미세환경을 조절하는 데 더 뛰어난 효과를 보인다”며 “당시에는 항암제 하나만 쓰는 단일 치료가 대세여서 TGF-베타 저해제를 병용치료제로 개발할 생각을 못했다”고 설명했다.
백토서팁은 항암제와 면역세포가 암 조직에 침투하지 못하게 막는 딱딱한 막인 스트로마가 생성되는 것을 억제한다. 암 조직을 감싸는 스트로마가 얇아지면 항암제와 면역세포의 효과가 높아진다. 현재 국내에서 표적항암제 글리벡, 면역항암제 키트루다·임핀지와 백토서팁을 병용하는 임상을 하고 있다. 김 대표는 “키트루다·임핀지 병용임상 결과는 올해 안에 나올 것”이라고 했다.
메드팩토는 바이오마커 기반의 신약 개발 전략을 통해 상업화를 앞당긴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테라젠이텍스의 유전체 분석 기술을 적용해 백토서팁이 잘 듣는 환자에게 특이적으로 나타나는 바이오마커인 ‘TBRS’를 찾아냈다. 김 대표는 “현재 진행 중인 임상들에서 투약 전에 환자에게서 특정 유전자들을 확인하고 투여 후 그 유전자들이 사라지는지 파악하는 작업도 하고 있다”며 “바이오마커가 최종적으로 검증되면 수십 명을 대상으로 한 임상으로도 조건부 판매허가를 받을 수 있다”고 했다.
임유 기자 free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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