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 실장이 5년간 풀리지 않던 ‘삼성 평택 반도체 공장 송전탑 논란’과 주민 반발에 부딪힌 ‘SK하이닉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 등 재계 숙원을 풀어낸 숨은 조력자라는 사실은 널리 알려져 있지 않다. 비서는 드러나지 않아야 한다는 노 실장만의 ‘참모론’ 때문이다.
국회의원 3선을 하는 동안 내내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를 맡았던 노 실장은 당시 쌓은 경제계 인사들과의 인연을 살려 비서실장을 맡은 직후에는 업계 의견을 청취하는 창구 역할을 마다하지 않았다. 문 대통령은 노 실장이 공식으로 첫 출근한 날 “비서실장도 경제계를 만나는 것이 해야 할 일”이라며 “당당하고 투명하게 만나달라”고 힘을 실어줬다. 청와대 내에 팽배하던 반(反)기업 정서가 차츰 사라지는 계기가 됐다.
지난해 1월 ‘대기업·중견기업인과의 대화 및 산책’을 시작으로 지난 한 해 문 대통령이 눈에 띄게 재계와의 스킨십을 확대한 것도 노 실장의 영향이 있었다는 후문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지난해 1월 15일 기업인과의 대화 이후 청와대 경내를 산책하는 장면에서 문 대통령의 오른편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왼편에서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이 나란히 걷는 사진 한 장에도 핵심 성장동력에 대한 메시지를 담기 위한 노 실장의 노력이 있었다”고 전했다. 여러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 재계 현안을 풀어내는 과정에서 반도체, 전력 관련 지식이 큰 도움이 된 것으로 전해진다.
요즘도 경제·산업 관련 데이터를 한 장짜리 문서로 정리해 가지고 다닐 정도로 관심을 쏟고 있다.
임명 직후 ‘춘풍추상’(春風秋霜: 남을 대할 때는 봄바람처럼 부드럽게, 자신을 대할 때는 가을 서리처럼 엄격하게)을 강조하며 내부 군기잡기에 나선 이후 청와대 참모진의 근무태도가 달라졌다는 평가도 나온다. 청와대 관계자는 “임종석 전 실장은 대통령 주재 회의에서도 할 말이 있으면 나서서 발언하는 스타일이지만, 다소 과묵한 노 실장은 스타일이 확연히 다르다”고 덧붙였다. 노 실장이 ‘군기반장’으로 나서면서 점심시간 마감 때면 종종걸음으로 여민관으로 복귀하는 직원들의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는 것도 달라진 풍경이다.
박재원 기자 wonderful@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