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 문재인 대통령은 김성주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의 사표를 수리했다. 임기가 11개월 남은 시점에 국민연금이 있는 전북 전주 덕진구에 김 이사장이 출마할 길을 열어준 것이다. 같은 날 이상직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이사장 역시 사의를 밝혔다. 임기는 내년 3월까지로 14개월 남았다. 이 이사장은 2018년 3월 취임 당시부터 총선 출마 의사를 일관되게 밝혀왔다.
이강래 한국도로공사 사장은 지난달, 김형근 한국가스안전공사 사장은 이달 2일 사임했다. 두 사람 모두 임기가 12개월가량 남은 시점이다.
공공기관은 보통 이사회와 사장추천위원회, 해당 부처 장관의 제청을 거쳐 새 기관장을 뽑는다.
형식적으로는 외부 공모 절차 등을 거치지만 실제로는 청와대가 낙점한 인사가 임명된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고도 7개월간 비어 있던 국민연금 이사장과 도로공사 사장 자리에 2017년 11월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출신 인사들이 나란히 임명된 것이 단적인 예다. 수장이 사퇴한 한 공공기관 관계자는 “언제 이사회를 열어 후임 선임에 나설지 우리 기관에서는 알 수 없다”며 “청와대와 관계부처에서 지시가 내려오기만 기다릴 뿐”이라고 말했다.
세종시 관가와 공공기관 안팎에서는 4월 15일 총선을 치른 뒤 후임 인사의 윤곽이 나타날 것으로 보고 있다. 청와대가 총선에서 낙선한 여권 인사들이 갈 곳을 마련해줘야 할 필요가 있어서다. 결국 기관장 총선 출마에 따른 리더십 공백은 최소 4~5개월간 지속될 전망이다. 전주 이전에 따른 기금 운용 인력 이탈로 후유증에 시달리는 국민연금과 톨게이트 수납원 직접고용 문제가 완전히 끝나지 않은 도로공사 등은 현안 처리에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게 됐다.
청와대의 자기편 인사 챙기기는 과거 정부에서도 있던 일이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 들어 정치권 인사의 공공기관 진출 폭이 넓어지면서 혼란이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민연금은 김 이사장 이전에 정치인 출신이 임명된 적이 없다. 선거 일정 등의 영향을 받지 않아 이사장 사퇴 등에 따른 공백도 1~2개월에 불과했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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