곤 "日정부가 닛산 경영권 쿠데타 배후…르노 통합 막으려 구속"

입력 2020-01-08 17:24   수정 2020-01-09 0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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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석 상태에서 재판을 기다리던 중 일본을 탈출한 카를로스 곤 전 르노·닛산 얼라이언스 회장이 ‘일본 탈출’ 후 첫 기자회견을 열고 일본의 사법제도를 강하게 성토키로 했다. 일본 정부에 대해선 닛산 경영진이 감행한 쿠데타의 배후라고 비난할 계획이다. 곤 전 회장과 일본 정부 간 대립은 장기전으로 흐를 전망이다.


‘여론전’ 포문 연 카를로스 곤

곤 전 회장은 8일(현지시간)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탈출 이후 처음으로 공식석상에서 입을 열 예정이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곤 전 회장 측이 선정한 세계 각국의 50여 개 언론사가 초대됐다. 초대된 언론 중 상당수는 곤 전 회장이 국적을 보유한 프랑스와 레바논 언론사이며 일본 언론은 대부분 초대받지 못했다. 기자회견 시간도 레바논 현지 오후 3시(일본시간 오후 10시)에 시작해 자신에게 우호적인 레바논·유럽 언론의 편의를 봐주고 일본 정부와 닛산자동차 측 반론을 차단하는 효과도 노렸다.

기자회견에 앞서 곤 전 회장 측은 닛산자동차를 겨냥한 공세의 포문을 열었다. 곤 전 회장의 변호인단은 지난 7일 성명을 통해 “곤 전 회장에 대한 닛산 측의 내부 조사는 완전한 왜곡”이라고 주장했다. 곤 전 회장의 배임혐의 등을 지적한 닛산의 내부 조사가 곤 전 회장이 추진한 프랑스 르노와 일본 닛산 간 통합을 막기 위해 획책된 음모의 일부라고 강조했다. 당연히 닛산 측 조사가 공정하고 엄격하게 진행되지 않았다는 주장이다.

앞서 곤 전 회장은 미국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일본에서의 기소 및 재판 과정은 나를 끌어내리기 위한 닛산의 쿠데타 작업이었다”며 “내가 체포된 배경에는 일본 정부 관계자도 관여된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도마 위 오른 일본 사법제도

곤 전 회장 측은 ‘무죄추정의 원칙’이 지켜지지 않았다며 일본 사법제도의 문제점도 물고 늘어졌다.

이와 관련해 곤 전 회장의 부인인 캐럴 곤은 프랑스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남편의 재판이 기한 없이 연기되는 것을 감안했을 때 일본을 탈출하는 것만이 유일한 선택지였다”고 말했다. 그는 “남편이 비인간적으로 취급받고, 인권이 박탈되는 환경에 구금돼 있었다”며 “하지도 않은 일을 시인해 유죄가 될 수는 없었다”고 덧붙였다.

곤 전 회장은 2018년 11월 도쿄지검에 기습적으로 체포된 직후부터 줄곧 “무죄추정의 원칙이 적용되고 있지 않다”며 일본의 사법제도에 날을 세워왔다. 탈출 직후 발표한 첫 성명에서도 “유죄를 전제로 차별이 횡행하고 기본적인 인권을 무시하는 부정한 일본 사법제도의 인질이 더 이상 아니다”는 점을 강조했다.

도쿄지검은 곤 전 회장 체포 후 최장 23일로 제한된 구속 기간 내에 수사를 끝내지 못했고 별건 수사 형태로 구속 기간을 연장해 무려 108일간이나 구속을 이어갔다. 이어 네 번이나 구속과 석방을 반복하며 곤 전 회장을 압박했다. 프랑스 언론들은 이 같은 수사 행태에 대해 “말을 듣지 않는 사람을 분쇄한다”며 불편한 시선을 감추지 않았다.

여기에 도쿄지검 특수부 조사에서 변호인이 동석할 수 없었으며 주말에도 조사가 이뤄진 점이 문제로 지목됐다. 프랑스 등에서 “곤 전 회장이 테러리스트보다 못한 대우를 받았다”는 지적도 쏟아졌다. 이와 함께 한겨울에 모포를 두 장밖에 지급하지 않는 열악한 일본 구치소 환경도 도마 위에 올랐다.

한편 도쿄지검 특수부는 전날 곤 전 회장 부인 캐럴에 대해 지난해 4월 곤 전 회장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허위 진술한 혐의로 체포영장을 발급받았다.

도쿄=김동욱 특파원 kimd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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