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재정부가 8일 발표한 월간 재정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말 국가채무(중앙정부의 회계·기금 기준)는 704조5000억원으로 집계됐다. 2018년 말(651조8000억원)보다 52조7000억원(8.1%) 늘었다. 나랏빚은 2015년엔 556조5000억원이었다. 이후 매년 20조~30조원씩 늘었는데 지난해 증가폭이 확 커졌다.
작년 1~11월 재정수입은 435조4000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2조6000억원 늘었다. 하지만 핵심 재원인 국세 수입은 276조6000억원으로 3조3000억원 줄었다. 가계 소득 여건이 나빠지고 소비 심리가 위축된 탓으로 풀이된다. 소득세 수입은 1조1000억원 쪼그라들었고, 소비와 연관이 깊은 부가가치세도 5000억원 감소했다. 이대로면 연간 세수 실적이 정부 목표치(세입 예산)를 밑도는 ‘세수 결손’이 2015년 이후 4년 만에 재연될 가능성이 크다.
재정 지출은 47조9000억원 증가한 443조3000억원에 이르렀다. 수입보다 지출이 빨리 늘어나니 적자가 커질 수밖에 없다. 총수입에서 총지출을 뺀 ‘통합재정수지’는 작년 1~11월 7조9000억원 적자였다. 정부의 연간 예상치(1조원 흑자)를 크게 밑도는 수치다. 통합재정수지에서 국민연금 고용보험 등 사회보장성기금을 제외한 관리재정수지 적자는 45조6000억원으로, 역시 정부 연간 예상치(42조3000억원)를 3조원 넘게 웃돌았다. 나라살림이 ‘세수 감소→지출 증가→재정 적자 확대→나랏빚 증가’의 경로로 악화하고 있는 것이다.
올해 나라살림은 더 악화될 전망이다. 국세 수입은 작년보다 2조8000억원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재정 지출 예산은 42조7000억원(9.1%) 늘린 512조3000억원을 편성했기 때문이다. 총수입보다 31조5000억원을 더 지출하는 사상 최대 규모의 ‘적자 예산’이다. 국내총생산(GDP)에서 국가채무가 차지하는 비율은 작년 37.2%에서 올해 39.8%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예상보다 상황이 더 나빠질 가능성도 있다. 정부는 올해 경제성장률이 작년 2.0%에서 2.4%로 회복될 것이란 전제로 예산을 짰다. 하지만 민간 경제 활력이 살아날 조짐이 보이지 않아 경기 회복도 지연될 것이란 전망이 커지고 있다. 이렇게 되면 세수 부진이 지금보다 심해지고 재정 적자와 국가채무도 예상보다 더 악화할 수밖에 없다.
김원식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재정 악화를 막으려면 규제 혁신 등을 통해 민간 경제 활력을 살려 세수 기반을 확대하는 한편 재정 확대 속도를 늦춰야 한다”고 말했다.
서민준 기자 morando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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