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신용위험 커질라" 중동 무력 갈등에 떨고 있는 건설·정유사

입력 2020-01-09 17:05   수정 2020-01-09 17:06

≪이 기사는 01월09일(15:44) 자본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미국과 이란의 군사적 긴장으로 국내 건설·정유사의 신용위험이 확대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중동 무력 갈등이 일단 파국을 피하긴 했지만 사태가 장기화하거나 리스크가 반복적으로 재현되면 현지 사업 비중이 높은 건설사와 원유 도입이 큰 정유사에 우선적인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는 진단이다.

한국신용평가는 9일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리스크 상승이 건설·정유업에 미치는 영향을 검토한 뒤 "이번 사태는 국내 산업과 금융 부문 전반에 파급될 수 있는 중대한 이슈"라며 이같이 밝혔다.

국내 건설사 중 이란에서 사업 수주를 했거나 공사를 진행하고 있는 경우는 없다. 하지만 미국과 이란 간 분쟁 현장이 되고 있는 이라크에서는 한화건설, 대우건설, 현대건설, SK건설, GS건설 등이 다수의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사태의 확산 정도에 따라 중동 지역 공사가 상당 부분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의미다.

한신평은 특히 비스마야 신도시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한화건설을 주목하고 있다. 국내 건설사의 이라크 현지 공사 중 최대 규모라서다. 이 사업은 이라크 수도 바그다그 동남쪽 지점에 주택 10만호와 기반 시설을 건립하는 프로젝트다. 총 수주금액과 수주잔고는 각각 약 12조원, 7조7000억원 규모다.



홍석준 한신평 연구위원은 "공사 완료 예정 시점이 2023년으로 현재 공사 진행률이 50% 이하에 머물고 있어 앞으로 공사 진행에 대한 불확실성이 증대될 수 있다"며 "공사 진행 과정과 사업 여건, 대금 회수 등에 대한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국내 건설사의 해외 수주가 부진한 가운데 올해부터 중동 지역에서 다수 프로젝트 발주가 예상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번 사태가 오래 지속되면 중동 지역 발주 규모가 감소할 뿐만 아니라 수주 이후 공사의 불확실성이 커져 국내 건설사의 사업 안정성이 흔들릴 수 있다.

정유업은 건설업에 비해 복잡하다. 이번 사태로 국제유가가 오르면 단기적으로 정유사의 이익은 늘 수 있다. 정유사는 원유 도입 시점과 석유제품 판매 시점에 시차가 있다. 유가가 급격히 상승하면 재고 관련 이익 효과가 발생한다. 올해 1분기 혹은 상반기 실적에 긍정적일 수 있다는 말이다.

하지만 한신평은 "원유 도입의 불확실성, 석유제품 수요 위축 등을 감안할 때 국내 정유사들에 부정적인 영향이 더 크다"고 판단했다.

과거에 비해 중동 지역에 대한 원유 도입 의존도가 하락했지만 여전히 전체의 약 70%를 차지하고 있다. 지난해 이후 정제 마진이 크게 나빠진 상태라 석유제품에 대한 수요 둔화가 이어지면 국내 정유사 입장에선 원유 가격 상승분을 제품가격에 반영하기 어려워진다. 정유사의 실적을 좌우하는 정제 마진 회복을 가로막을 수 있다.

홍 연구위원은 "이번 사태의 전개 양상과 파급 정도를 예단하기 어렵지만 그간 누적된 중동 지역의 구조적 불안과 갈등 요인들이 급속하게 확산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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