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춘호의 디지털 프런티어] 드론이 이끄는 '전쟁과 평화'

입력 2020-01-09 18:21   수정 2020-01-10 00:13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는 1994년 발간한 《전쟁과 반전쟁》에서 미래 전투는 지식과 정보 무기로 대체될 것이라고 예견했다. 총포보다 컴퓨터를 지닌 군인이 많아지고 대량살상이 아니라 목표물만 정밀 타격하는 전쟁으로 바뀐다고 했다. 그리고 이런 신무기가 오히려 전쟁을 억지하고 평화를 가져오는 시스템으로 패러다임의 전환이 일어날 것이라는 관측도 했다.

이 책이 나온 지 26년이 지난 지금 글로벌 전쟁은 전장(戰場)이 보이지 않는 전자 정보전으로 변화하고 그에 걸맞은 신무기도 많이 나오는 양상이다. 지난 3일 미국이 이란 혁명수비대 쿠드스군을 이끄는 가셈 솔레이마니 사령관을 제거하는 데 사용한 MQ-9 리퍼 드론과 레이저 유도 미사일 등도 그런 유형이다. 리퍼는 날개 길이가 20m이고 최고속도는 시속 약 500㎞, 항속거리는 약 6000㎞에 달하는 드론이다. 리퍼에 장착된 미사일이 30초 정도 날아가 솔레이마니 사령관의 차량을 정확하게 타격했다고 한다. 물론 이 미사일이 차량을 정확하게 맞히기 위해 미국 내 지상관제소 조종사가 미사일을 유도했다고 알려졌다.

군사 드론은 1991년 걸프전에서 정찰용으로 처음 사용됐으며 2001년부터 타격용으로 쓰였다. 2008년부터 2016년까지 총 563회의 타격이 있었고, 2017년에는 114~124회의 드론 공격이 있었다. 드론은 지상군을 대체하면서 전투원 생명을 보호하는 데도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드론 공격은 대규모 살상이 아니기 때문에 여론을 악화시키지 않아 정치가들에게 부담이 없는 무기이기도 하다. 국제 사회 역시 둔감하게 반응한다. 증시와 유가도 비교적 안정적인 추세를 보이고 있다.

자연스레 드론에 대한 기술개발은 가속화된다. 마하 2까지 속도를 내는 드론이 개발되고 있으며 인공지능(AI)을 장착해 자율 비행이 가능한 드론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드론을 잡는 드론헌터 개발도 활발하고 드론이 운용되지 못하도록 하는 전자파 교란 기술도 많이 나오고 있다.

전쟁 패러다임의 큰 변화다. 일본이 2차대전 때 만든 야마토 전함은 미국 항공모함에 탑재된 전투기의 기동공격을 당해내지 못했다. 지금은 드론의 핵심인 배터리와 소프트웨어가 가장 강한 전투력이 되고 있다. 지식과 정보기술(IT)은 생산성의 핵심 자원일 뿐 아니라 파괴성의 핵심자원이라고 토플러는 말했다. 그 속에서 새로운 견제와 균형이 이뤄진다. 전쟁의 공식은 분명 바뀌고 있다.

선임기자 ohcho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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