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 자치질서 부정하는 '노동의 사법화'…분쟁의 악순환 우려

입력 2020-01-09 17:28   수정 2020-01-10 01:37

문재인 정부 노동정책은 ‘노동 존중 사회 실현’에 방점이 찍혀 있다. 노동 관련 사건에 대한 법원의 판결도 친노동적이다. 이렇다 보니 노동 관련 사건들은 줄줄이 법원행이다. 이른바 ‘노동의 사법화’다. 법원이 노동 관련 사건의 시시비비를 가리게 되면 결정적인 문제가 발생한다. ‘노사 자치’가 설 자리를 잃는다는 점이다.

노동 관련 사건은 노사의 교섭과 협의로 소모적인 갈등을 해결하는 것이 바람직한 경우가 많다. 산업현장에서 얽히고설킨 노사 이해관계를 일일이 법률로 따지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런 까닭에 노동법은 개별 법률보다 단체협약에 우선적인 효력을 부여한다.

최근 사법부가 내놓고 있는 노동사건 판결은 노측에 유리한 ‘기울어진 운동장’을 심화시키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먼저 ‘통상임금’ 관련 판결을 들 수 있다. 대법원은 2013년 갑을오토텍 사건에서 1개월의 지급 기간을 넘어 지급되는 수당까지 통상임금 범위를 확대했다. 산업현장은 순식간에 소송 대란에 휘말렸고 그때까지 노사가 매년 임금협약을 통해 정해오던 임금 결정 방식은 송두리째 흔들렸다. 이에 따라 대법원은 당시 기업이 위험에 처할 정도까지는 통상임금 요구가 허용되지 않는다는 ‘신의칙’을 제시했다. 대법원은 그러나 지난해 법정관리 중인 한진중공업에 대해서도 ‘신의칙’을 인정하지 않았다.

최근 잇따르는 불법파견 판결도 친노동 일색이다. 산업현장에는 사실상 도급이 금지되는 결과를 가져왔다. 직접 생산공정에 한정되던 불법파견이 간접공정까지 확대된 것이다.

부당노동행위로 사업주가 형사처벌을 받는 사례도 같은 맥락이다. 삼성전자서비스 사건에서 삼성전자 임직원들이 부당노동행위로 처벌받았다. 부당노동행위에 관해 규정하는 노동조합법은 노사 간의 관계에 관한 규칙을 정하는 법이다. 노사 자치 원칙이 우선돼야 하는 영역이다. 국가가 형벌권을 동원하면 노사 자치는 물 건너간다.

‘노동의 사법화’는 노와 사 모두 자율을 차단한다는 점에서 피해가 고스란히 노와 사에 돌아갈 수밖에 없다. 조정이나 타협이 아닌 분쟁만이 유일한 갈등 해결 방법이 된다. 경우에 따라서는 전혀 관계없는 기업의 노사 분쟁 판결로 인해 그동안 노사 협상을 통해 적용해온 법률관계가 모두 부정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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