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현대차 대리점 딜러는 현대차 직원 아니다" 원고 패소

입력 2020-01-10 17:31   수정 2020-01-10 19:31



현대자동차 판매대리점 소속의 딜러들이 현대차의 근로자로 인정받기 위해 소송을 걸었다가 패소했다. 현대차와 대리점 소속 판매사원들 사이에는 근로계약 관계가 성립되지 않는다는 게 법원의 공통된 판단이었다.

10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합의 41부(부장판사 정도영)와 민사합의 48부(부장판사 최형표)는 김선영 금속노조 자동차판매연대노조 위원장과 ‘카마스터’로 불리는 대리점 영업사원 20명이 현대차를 상대로 제기한 근로자지위 확인 소송서 원고 청구를 9일 각각 기각했다. 대리점 판매사원들을 원청인 현대차의 근로자 또는 파견근로자로 볼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김 위원장과 카마스터들은 현대차가 실제 사용자이기 때문에 근로관계나 파견근로관계에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법원은 대리점주가 현대차와 독립된 사업자이며 현대차가 대리점 판매사원들에게 직접적으로 업무지시를 내렸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판결문에 따르면 카마스터 사건을 담당한 민사합의48부는 “대리점주는 운영에 필요한 건물을 보유하고 회계·세무처리도 독자적으로 하는 등 현대차와 구별된 사업자”라며 “대리점을 현대차의 노무대행기관만으로는 볼 수 없으므로 대리점 영업사원들과 현대자동차 사이에 묵시적 근로계약관계가 성립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어 “카마스터들은 대리점으로부터 판매수당을 지급받고 지시·명령을 받았을 뿐 현대차가 카마스터들을 직접적으로 지휘,감독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근로자 파견관계에 대해서도 “현대차가 직접 대리점 영업사원들에게 업무상 지시를 내리거나 업무수행을 감독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카마스터들은 언제 어디서 외근을 할지 자체적으로 혹은 대리점 차원에서 결정해왔고 현대차가 제공하는 전산프로그램은 카마스터들의 업무수행을 보조할 뿐”이라며 “현대차가 카마스터들의 근무형태를 감독했다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이 원고였던 민사합의41부도 비슷한 취지의 판단을 내렸다. 재판부는 묵시적 근로관계 성립 여부에 대해 “대리점주는 피고(현대차)와 독립적인 사업자”라며 “대리점주는 자신의 비용과 노력으로 대리점을 개설하고 카마스터들과 용역계약을 체결했다”고 판단했다. 이어 “원고에 대한 채용 여부를 결정한 것은 대리점주이므로 원고의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근로자파견관계 성립 여부도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현대차는 카마스터의 용역계약을 해지할 지위에 있지 않다”며 “카마스터가 판매능력 향상교육 등에 참석하지 않더라도 이를 강제할 수단이 없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 사건에서 대리점주는 스스로 업무직원을 채용하고 대리점 운영에 필요한 비품을 구입했으며 전기요금 등의 비용을 부담하는 등 용역계약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조직과 설비를 갖추고 있었다”며 “원고의 청구는 모두 이유가 없으므로 기각한다”고 판결했다.

서울중앙지법 관계자는 “위 사건에서 드러난 사실관계로 봤을 때 원고들은 현대차의 근로자로 볼 수 없다는 게 판결의 취지”라며 “법원에 접수된 비슷한 사건들이 많아 영향을 줄 수도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전국금속노조 자동차판매연대지회는 9일 기자회견을 열고 “현대자동차는 대리점 영업사원 즉각 직접고용 정규직화 하라”고 주장했다. 근로자측 변호인은 “항소심서 명백하고 정의로운 판단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남정민 기자 peux@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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