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이 제네시스 브랜드 첫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GV80 공개일을 오는 15일로 확정했다. 현대차의 결정에 불똥이 벤츠와 한국GM으로 튀었다.
현대차는 프리미엄 브랜드 제네시스의 첫 SUV인 GV80을 오는 15일 일산 킨텍스에서 공개한다. 당일 신차 발표회와 시승회가 진행될 예정이다. 2018년 4월 뉴욕 모터쇼에서 처음 공개된 콘셉트카가 햇수로 3년 만에 실체를 드러낸다.
GV80은 2.5 가솔린 터보, 3.5 가솔린 터보, 3.0 디젤 총 세가지 엔진을 탑재한다. 이달 출시되는 모델은 새로 개발한 직렬 6기통 스마트스트림 D3.0 엔진을 탑재했다. 최대출력 278hp, 최대토크 60.0kg.m를 지원한다. 지속 강화되는 환경규제에 대응하고 정숙성과 효율성도 높이고자 기존 V6 3.0 디젤(S2) 엔진을 개선하는 대신 새 엔진을 개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GV80은 작년 11월 말 출시될 예정이었다. 현대차는 11월 초부터 GV80에 적용된 카 커머스 기능과 능동형 노면소음 저감기술(RANC) 기술을 알리며 시장의 관심을 이끌었지만, 디젤엔진 배출가스 인증 등 관련 절차가 지연되며 해를 넘겨 출시하게 됐다.
예정됐던 출시가 지연되면서 문제도 뒤따랐다. 도로 위에서 위장막을 씌운 GV80 사진은 물론, 광고 촬영 과정과 생산공장 내에서 찍힌 사진도 유출됐다. 베일에 감춰졌던 GV80의 모습이 장시간에 걸쳐 하나씩 공개되자 고조됐던 소비자들의 기대감은 점차 피로감으로 바뀌었다.
지난해로 예정됐던 GV80이 기약없이 밀리며 G80 등 올해 제네시스 신차 일정도 함께 꼬였다. 올해 1분기로 예정됐던 G80은 2분기로, 연말로 예정됐던 GV70은 내년으로 밀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GV80 출시 지연의 불똥은 메르세데스-벤츠, 한국GM 등 다른 완성차 제조사들로도 튀었다. 벤츠는 오는 15일 서울 강남구 가로수길 EQ퓨처 전시관에서 신년 기자간담회를 열기로 일찌감치 일정을 확정한 상태였다.
뒤늦게 제네시스 GV80 공개일이 같은 날로 결정되며 벤츠는 신년 간담회를 급히 하루 앞당겼다. 지난해 성과를 정리하고 올해 계획을 발표하는 중요한 자리가 GV80에 가려질까 우려한 조치다.
자사 건물에서 행사를 열기에 일정 조정이 가능했던 벤츠는 그나마 사정이 나은 편이다. 한국GM은 경영 정상화를 이끌 핵심 모델 준중형 SUV 트레일블레이저를 오는 16일 공개할 예정이다. 트레일블레이저는 글로벌 한국GM 경영 정상화를 약속하며 배정한 신차다. 국내는 물론 세계 시장 공급 물량까지 부평 1공장에서 생산된다.
한국GM에게 흥행이 매우 중요한 모델이지만, GV80이 하루 전인 15일로 일정을 확정한 탓에 제대로 된 신차효과를 누리기 어려워졌다. 트레일블레이저가 준중형 SUV, GV80이 중형·준대형 SUV로 차급은 다르지만, GV80의 이슈성이 더 강하기에 시장의 관심을 받지 못할 수 있는 탓이다. 공개 행사를 외부 호텔로 확정해 준비를 마친 탓에 급하게 일정을 바꾸기도 쉽지 않다.
한국GM은 "차량의 성격이 다르기에 큰 영향은 없을 것"이라며 애써 의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실탄이 풍부한 현대차그룹이 대대적인 GV80 판촉을 벌인다면 체급이 다른 타 제조사 신차는 시장에 노출될 기회부터 줄어든다"며 "일주일도 남기지 않고 급작스레 신차 일정을 발표한 GV80에 속이 쓰릴 것"이라고 말했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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