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종원 IBK기업은행장의 서울 중구 을지로 본점으로 출근길이 임명 8일째 막혔다. 윤 행장은 10일 을지로 본점 대신 금융연수원에 마련된 임시 사무실로 또 다시 발길을 돌렸다.
윤 행장의 출근길을 가로막은 기업은행 노동조합원 80여 명은 이날도 오전 8시부터 출근 저지 투쟁을 벌였다.
윤 행장은 당분간 임시 사무실에서 머물 예정이다. 노조와의 불필요한 갈등이 계속될 경우 은행 이미지와 경영 정상화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고 윤 행장 스스로 판단하고 있어서다.
다만 지난 7일 이후 사흘째 본점을 찾지 않은 만큼 다음 주께 노조와의 대화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윤 행장의 첫 과제는 인사다. 당장 이달 20일로 임상현 전무이사(수석부행장), 배용덕·김창호·오혁수 부행장의 임기가 끝난다. 다음달 20일에는 최현숙 부행장의 임기도 마무리된다. 시석중 IBK자산운용 대표, 김영규 IBK투자증권 대표, 장주성 IBK연금보험 대표, 서형근 IBK시스템 대표 등 계열사 대표들의 인사도 시급한 상태다.
지점장 부지점장 직원 등이 포함된 임직원 인사는 절박하다. 통상 1월 중순께 진행되는데 임직원 인사가 연기될 경우 임직원 반발이 거세질 수 있다. 낙하산 인사를 반대하는 정치적 투쟁과 달리 생존권 사수를 위한 반대의 목소리가 커질 수 있다는 이야기다.
무작정 대화를 거부하고 투쟁하는 노조에게 역으로 비난의 화살이 날아들 수 있는 상황이다. 때마침 노조 투쟁이 일주일을 넘기면서 안팎에서도 출구 전략을 찾아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임명권 자체가 대통령에게 있는 만큼 협상을 통해 실리를 얻어야 한다는 게 이들 목소리의 요지다.
금융노조 출신 한 관계자는 "투쟁은 단계에 따라 수위를 조절해야 하고 퇴로를 마련해야 하는데 대화를 거부하고 극단으로 가는 건 올바른 투쟁 전략이 아니다"라면서 "인사가 연기되면 내부 동요가 일어날 수 있다. 물러설 수 없는 막장으로 대립관계를 몰아가선 안 된다"고 조언했다.
물밑 작업을 통한 해결 방안을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왔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투쟁은 국민적인 공감대를 받아야 하는데 현재까지는 '낙하산 인사'라는 전략으로 성공을 거둔 것 같다"면서도 "이제는 다음 단계를 찾아야 한다. 투쟁이 장기화될 경우 동력을 잃고 여론이 돌아설 수 있으니 물밑 작업을 통해 협상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윤 행장 임명이 임직원의 '생존권'을 직접적으로 위협하지 않는 만큼 총액인건비제도(행정 기관별 인건비 예산의 총액을 관리하는 제도) 개선과 같은 실리를 찾아야 한다는 조언도 있었다.
행장 출신 관계자는 "낙하산 인사는 성과연봉제와 같이 목숨 걸고 투쟁해야 할 사안은 아니지 않느냐"라면서 "대화의 가능성을 열어두고 총액인건비제도 같은 임직원 복지 사안을 제시해야 한다. 이제는 실리를 찾아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윤진우 한경닷컴 기자 jiinw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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