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강한 차'를 만들겠다는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의 꿈이 영글고 있다. 현대차 고위 간부가 인터뷰에서 스포츠카 출시 가능성을 내비치면서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알버트 비어만 현대차 고성능 N 최고책임자는 최근 영국 자동차 전문지 'EVO'와의 인터뷰를 통해 "미드십 엔진(Midship engine) 개발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엔진 개발이 현실화될 경우 현대차 N 브랜드 내 스포츠카 탄생으로 연결될 가능성이 높다.
미드십 엔진이란 차체의 중앙에 배치한 엔진을 말한다. 페라리나 람보르기니, 포르쉐, 메르세데스-벤츠 고성능 브랜드 AMG 등이 이 방식을 채택한다. 엔진을 차의 중앙에 배치해 차체의 무게 배율을 50대 50으로 만든다. 고속 주행을 하는 스포츠카에는 필수인 엔진으로, 무게의 쏠림 현상이 덜해 안정성이 높다. 코너링과 가속 주행에도 도움이 된다.
비어만 최고 책임자는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에는 제한이 없기 때문에 어떤 종류의 차를 만들지에 대한 기술적, 재정적 한계는 없다"며 "경쟁사에게 우위를 점하기 위해 합리적으로 가격을 책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만약 지금이 포르쉐에 필적할 수 있는 미드십 엔진을 만들 적기라면 우리는 충분히 해낼 수 있다"며 "파워트레인은 전통적인 포르쉐 방식과는 다르겠지만 철학적으로는 차이가 없다"고 덧붙였다.
스포츠카 개발에 대한 현대차의 움직임은 브랜드 'N'이 탄생한 200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N은 글로벌 모터스포츠 대회인 WRC(월드랠리챔피언십)에 내보낼 시범 차량 제작에 나선 게 출발점이다. 정 수석부회장은 고성능 차량에 대한 갈증을 현대차 남양연구소에서 진두지휘하는 N을 통해 채우고 있다.
처음에는 현대차가 고성능 브랜드를 개발한다고 했을 때 우려가 섞인 목소리가 많이 나왔다. 정 수석부회장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성능 차량 개발을 멈추지 않았다. 2014년에는 BMW M 사업부문 연구소장 출신인 알버트 비어만(Albert Biermann) 사장을 전격 영입, 남양연구소에 별도의 고성능차량 개발팀을 신설하고 수장으로 앉혔다.
이후 현대차는 'N' 공식화에 앞서 2012년부터 프로젝트 'RM(레이싱 미드십·Racing Midship)'이란 이름으로 고성능 모델 개발을 시작했다. 2014년부터는 고성능 연구개발 과정을 소비자들과 소통하기 위해 매년 'RM시리즈'를 모터쇼에서 선보여왔다.
'N' 개발의 기반이 된 대표적인 콘셉트카는 'RM15'와 'RM16', 'RN30'다. 'RM15'는 2014년 5월29일 개막한 '2014 부산모터쇼'에서 최초로 공개됐다. 당시 '벨로스터 미드십'이라는 이름으로 소개됐으며 벨로스터 터보 양산차를 기반으로 개발된 고성능 차량이다. RM 프로젝트는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지난해 LA오토쇼를 통해 선보인 RM19까지 진행됐다.
현재 현대차는 RM19를 통해 벨로스터 N의 차체를 활용, 여러 테스트를 진행 중이다. 가장 먼저 전면 보닛에 탑재됐던 엔진을 들어내고 차량의 중심부에 2리터 4기통 가솔린 터보엔진을 탑재했다. 최고출력 400마력과 최대토크 40kgf.m의 힘을 발휘하는 엔진은 6단 변속기를 거쳐 뒷바퀴에 동력을 전달한다.
이러한 노력들이 모여 미드십 엔진 프로젝트도 순항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현대차의 한 관계자는 2021년 N브랜드로 미드십 스포츠카가 나올 가능성이 높다고 귀띔했다.
현대차의 스포츠카에 대한 기대감은 점점 커지고 있다. 최근 현대차가 모터스포츠 분야에 대한 투자를 점점 늘리고 있어서다. i30로 참가 중인 TCR 대회에서는 연신 승전보를 전했고 세계 3대 모터스포츠 중 하나로 평가받고 있는 WRC에서는 지난해 시즌 챔피언 자리에 오르며 세계 무대에서 기술력을 입증받았다. 고성능차를 향한 정 수석부회장의 꿈이 스포츠카 양산까지 이어질지 귀추가 주목된다.
강경주 한경닷컴 기자 quraso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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