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을위한행동 등 11개 동물권단체들로 구성된 '산천어살리기운동본부'가 지난 9일 강원 화천군의 지역축제인 산천어축제를 개최하는 최문순 화천군수 등을 '동물학대' 혐의로 고발했다.
산천어축제는 화천군 주최로 매년 겨울 약 3주간 열리는 대규모 지역 행사다. 화천천에 얼음구멍을 뚫어 산천어를 낚는 산천어 얼음낚시, 풀장에서 맨손으로 산천어를 잡는 맨손잡기 등을 한다.
단체들은 살아 있는 생명체인 산천어를 체험도구로 쓰는 이 축제가 동물보호법 8조 '동물학대 등의 금지' 규정을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이 규정은 "공개된 장소에서 죽이거나 같은 종류의 다른 동물이 보는 앞에서 죽음에 이르게 하는 행위" "오락·유흥 등을 목적으로 동물에게 상해를 입히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이들은 "이미 무수한 과학 연구들이 어류도 고통을 지각한다는 사실을 증명했다"면서 "유흥이 아니라 식용을 위해서라도 가능한 한 덜 고통받도록 법적 기준을 마련하는 게 세계적 추세"라고 밝혔다. 이어 "산천어축제는 오로지 유흥과 오락을 위해 수십만마리의 생명이 단 몇 주 안에 죽어나가는 해괴한 이벤트"라며 "맨손잡기 등은 아이들이 생명을 함부로 다루는 법을 배우는 비교육적 프로그램"이라고 비판했다.
반면 화천군 측은 문제될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화천군 측은 "식용으로 양식한 산천어를 이용해 이벤트성 축제를 하는 것이기 때문에 동물학대 적용 대상이 아니다"라고 했다.
화천군은 산천어축제로 매년 100만명 이상의 관광객을 유치하고 있다. 직접경제유발효과가 1300억 원이 넘는 것으로 추산되는 산천어축제를 막으면 지역경제에 심각한 타격이 될 수도 있다.
이에 대해 산천어축제를 지지하는 네티즌들은 "집에 사는 바퀴벌레, 파리, 모기는 왜 죽이나? 말벌집 제거해달라고 신고하면 청부살해냐" "낚시는 동물학대 아니냐" "회 센터에 갇혀 있는 물고기는 안 불쌍하냐? 횟집도 신고하고 소, 돼지, 닭 잡는 곳도 이참에 신고해라" "동물단체가 관심 끌고 싶어 궤변으로 국민을 현혹시킨다" 등의 의견을 남겼다.
반면 동물권단체를 지지하는 네티즌들은 "아무리 대량 양식된 식용 물고기라지만 너무 끔찍한 방식이다" "화천군에서 생명체인 산천어를 체험 도구로 바라보는 것은 사실" "놀이처럼 생명체를 죽이는 것은 문제" 등의 의견을 남겼다.
한편 올해 산천어축제는 11일 개최 예정이었으나, 지난 6~8일 내린 비로 인해 잠정 연기된 상황이다.
김명일 한경닷컴 기자 mi737@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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