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남이 좋다] 오파스, 스키와 비슷한 인생…"내리막길을 잘 타야죠"

입력 2020-01-13 17:30   수정 2020-01-14 03:10

“스키는 빠르게 내려갈 내리막길을 천천히 가야 하는 스포츠입니다. 인생도 마찬가지죠. 내리막길을 잘 제어해야 탈이 없습니다.”


만 60세 이상 시니어 스키모임인 ‘오파스(Old People with Active Skiing)’를 이끄는 김자호 간삼건축 회장(74)은 “내려가는 법을 배우고 깨닫는 스포츠가 스키”라며 “남을 배려하는 법도 배울 수 있다”고 말했다.

포항공대, 동숭아트센터 등을 설계한 김 회장은 세계 100대 건축회사 중 한 곳으로 꼽히는 간삼건축 창업자다. 인간 중심 건축철학을 퍼뜨린 그는 경기고 재학시절 아이스하키 선수로 활약했을 정도로 겨울 스포츠와 인연이 깊다. 2016년 신병준 순천향대서울병원 정형외과 교수, 이한준 한양대 경영대 석좌교수 등과 함께 오파스를 만들었다. 취미로 즐기던 스키를 통해 세상에 도움을 주는 일을 하기 위해서다. 정몽윤 현대해상화재보험 회장, 서정우 서울과학기술대 교수, 조문현 법무법인 두우 대표변호사, 남승우 전 풀무원 총괄사장, 김준규 전 검찰총장 등 20여 명이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이들은 2017년 겨울부터 매년 만 60세 이상이 참가하는 ‘할배들의 행복나눔 썰매대회’를 열고 있다. 썰매는 스키를 부르는 우리말이다. 올해도 오는 17일 경기 곤지암리조트에서 대회를 연다. 스키에 대한 열정은 물론 나눔을 위한 취지에 공감해야 참여할 수 있다.

오파스 전에도 고등학교 동문별 시니어스키 모임이 있었다. 서울고 동문 모임 서설회, 경기고 모임 설목회 등이다. 오파스는 학교 간 경계를 허물었다. 매년 여는 스키대회를 통해 기부금도 모았다. 첫해에는 대한장애인스키협회에 600만원을 기부했다. 2018년부터 매년 스키장 안전 캠페인에 쓰고 있다. 안전수칙 포스터 1000장과 리플릿 1만 장을 전국 스키장에 배포한다. ‘스스로 피하고 멈추는 법 익히기’ ‘앞서 내려가는 사람이 우선’ 등이다. 이 석좌교수는 “좀 더 많은 사람이 스키타기 안전한 환경을 조성하는 게 우리의 역할”이라고 했다.

오파스 회원의 평균 스키 이력은 30년이 넘는다. 스키 베테랑들이지만 ‘스키를 탄다’고 하면 ‘건강에 괜찮냐’는 질문을 많이 받는다. 스키는 위험한 스포츠라는 인식이 높기 때문이다. 이런 편견을 깨는 것도 이들의 역할이다. 신 교수는 “지난해 11월에는 시니어 스키 심포지엄을 열고 안전 캠페인을 했다”고 했다.

이들이 말하는 스키모임의 매력은 활동성이다. 나이 들면서 외부활동을 하지 않고 집에만 있는 사람이 많다. 여러 사람과 어울리는 모임을 통해 육체는 물론 정서적 활력을 찾을 수 있다. 김 회장은 “스키대회 참가를 위해 9월부터 준비운동을 한다”며 “자연히 건강관리가 된다”고 했다.

함께 의미 있는 활동을 하는 것도 보람이다. 이들은 “언제 스키를 못 타게 될지 모르겠지만 더 많은 사람이 스키를 즐기는 세상을 만드는 것이 꿈”이라고 했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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