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스마트 규제' 시대를 열자

입력 2020-01-13 17:19   수정 2020-01-14 00:26

세계 마이크로 모빌리티업계의 눈과 귀가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작은 도시 샌타모니카에 쏠리고 있다. 개인형 이동수단(PAV)으로 주목받는 전동킥보드의 혁신과 이에 대한 규제 실험이 대대적으로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 해안 소도시는 전동킥보드 규제를 둘러싼 목소리가 커지자 1년짜리 파일럿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편의성을 인정하되 필요한 규제는 관련 업계와 시민이 토의하며 차근차근 마련하는 방식이다.

혁신 산업은 여러 이해관계자와 충돌하기 쉽다. 가장 쉬운 해결책은 일단 막는 것이다. 그러면 혁신이 꽃 피울 가능성은 사라진다. 이런 모순을 뛰어넘는 샌타모니카의 선택은 ‘스마트 규제’였다. 기업, 시민, 사용자의 의견을 충분히 듣고 데이터를 축적했다.

킥보드 도입 후 반년간 100만 건 이상의 내연기관차 이용이 감소했다. 경제성과 환경 효율성이 입증되자 시의회는 세부 법안 정비에 나섰다. 주행 가능 도로, 속도, 주차 방식 등 구체적인 규제 방안도 데이터를 기반으로 마련했다. 또 저소득 지역에서는 요금을 감면해 이동 혜택을 보장하는 방안을 업계와의 토론 끝에 마련했다. 잘 설계된 스마트 규제가 혁신을 견인하는 ‘미래형 인프라’로 탄생한 것이다.

지난 10일 막을 내린 세계 최대 전자쇼 CES에선 산업 간 벽을 허무는 발표가 줄을 이었다. 현대자동차가 우버와 손잡고 ‘항공 모빌리티’에 뛰어들었다. 소니는 무인주행자동차를 발표했다. 그런데 아무도 놀라지 않았다. 혁신이 일상이 된 시대의 풍경이었다.

이 새로운 조합으로 한국에서 사업을 한다고 가정해보자. 제대로 된 틀로 이 새로움을 받아낼 수 있을까. 혁신의 시대에는 정부의 역할이 가장 중요하다. 페이스북이 최근 ‘규제 협력(co-regulation)’의 필요성을 역설한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혁신과 규제의 스마트한 접점이 넓어진다면 규제든 혁신이든 제도의 울타리 안으로 들어가길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독일이 좋은 예다. 독일은 2013년 미래형 연구개발 보조금 지원 등 혁신 산업을 위한 ‘인더스트리 4.0’ 전략을 발표했다. 변화에 민첩하게 부응하는 규제 환경 조성을 위해 규제 하나를 추가하면 하나를 없애는 ‘원 인, 원 아웃(One in, One out)’ 제도를 도입했다. 혁신보다 반 박자 늦을 수밖에 없는 규제의 한계를 이해하고, 혁신을 견인하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노력을 지속하겠다는 의지다.

샌타모니카가 촉발한 스마트 규제와 사회적 토론은 미국에서 더 큰 부가가치로 확산되고 있다. 수십 배 더 큰 도시 로스앤젤레스가 관련 업체와 시민이 참여하는 유사 프로그램을 도입한 것이다. 한국에서도 가능한 일이다. 스마트 규제는 혁신이 일상이 되는 미래 사회의 조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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