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화 못하면 살아남기 힘들어”
박지원 두산그룹 부회장(54)은 “전통적 제조업만으론 살아남을 수 없다”며 “제조업에 ICT(정보통신기술)를 접목한 디지털 전환을 통해 차별화에 나서겠다”고 강조했다. 지난 8일 세계 최대 전자쇼 ‘CES 2020’이 열린 미국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LVCC)에서 한국경제신문과 한 단독 인터뷰 자리에서다. 박 부회장은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의 동생으로 그룹 부회장과 함께 두산중공업 최고경영자(CEO·회장)를 맡고 있다.
박 부회장은 “발전 플랜트(두산중공업)나 건설기계(두산인프라코어)의 전통적인 하드웨어 기술은 한계에 봉착했다”고 진단했다. 두산이 올해 CES에 처음 전시관을 마련한 것은 이 때문이다.
두산은 CES 2020에서 최고혁신상을 받은 수소연료전지 드론과 협동로봇, 건설기계 증강현실(AR) 작업 프로그램 등 하드웨어 기술에 ICT를 접목한 제품들을 전시했다. 수소연료전지 드론 개발을 주도한 이두순 두산모빌리티이노베이션 대표는 지난달 제28회 한경 다산기술상 대기업 부문 기술상을 받았다.
박 부회장은 수소연료전지 드론을 앞세워 글로벌 시장에 진출하겠다고 밝혔다. 두산이 개발한 드론은 에너지 밀도가 높은 수소연료전지를 사용해 비행시간이 최대 2시간30분에 달한다. 30분에 불과한 기존 배터리형 드론에 비해 쓰임새가 훨씬 많다.
그는 “장거리 배송이 가능한 수소연료전지 드론은 택배부터 산업용 자재 운송은 물론 농업용 비료 살포까지 활용도가 무궁무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세계 최대 차량 공유업체인 우버와 세계 최대 온라인 쇼핑몰 아마존 등도 수소연료전지 드론에 관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스마트·그린시티 조성에 기여”
박 부회장은 “두산의 디지털 전환은 안전하고 친환경적인 ‘스마트·그린 시티’ 조성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했다. 두산인프라코어가 지난해 11월 공개한 무인 건설현장 종합관제 솔루션인 ‘콘셉트 엑스(Concept-X)’가 대표적이다.
콘셉트 엑스는 드론을 통한 3D(3차원) 스캐닝으로 작업장 지형을 측량하고, 측량한 지형 데이터를 자동으로 분석해 작업계획을 수립한 뒤 무인 굴착기와 휠로더 등으로 작업하는 기술이다. 그는 “발전소 공사 현장은 민가와 떨어진 오지에 있는 데다 위험한 작업이 많다”며 “이런 곳에 활용하면 안전사고가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또 “여름철 한낮 기온이 50도까지 올라가는 중동 건설현장 등에 무인 굴착기를 투입해 사람 대신 하루 24시간 일하면 공기 단축 등 큰 부가가치를 만들어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수소연료전지를 적용한 드론 등은 환경오염 물질 배출이 없어 친환경적이기도 하다. 박 부회장은 “현장의 두뇌 역할을 하는 ‘인공지능(AI) 드론’ 개발이 끝나는 2025년부터는 무인 건설현장이 현실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두산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대비해 2017년 그룹 지주회사인 (주)두산에 디지털 혁신 전략을 총괄하는 ‘최고디지털혁신(CDO: chief digital officer)’ 조직을 신설하고 200여 개 디지털 전환 과제를 추진 중이다. 그는 “지속적으로 변화하는 기업만이 살아남을 수 있다”며 “디지털 전환으로 새로운 두산의 100년을 열어가겠다”고 강조했다.
라스베이거스=정인설/김보형 기자 surisur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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