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미중 합의…중국의 금융위기 가능성 ↑

입력 2020-01-14 06:43   수정 2020-04-13 00:01

미국과 중국이 15일께 1단계 무역합의에 서명할 예정입니다. 합의 소식은 이미 뉴욕 증시에 반영되어 있는 것으로 보여집니다.
월가의 관심은 86페이지 분량의 합의서 내용에 쏠리고 있습니다. 합의서는 지식재산권, 기술 이전, 농산물, 금융 서비스, 환율 등을 포함한 9개 장으로 이뤄져 있습니다.

월가의 한 자산운용역은 "이번 합의로 중국의 금융 시장이 정말 개방될 것으로 본다"며 "월가는 금융서비스 챕터를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중국은 이번 합의를 통해 45조달러 규모의 자국 금융시장을 개방하기로 했습니다. 그동안 중국은 해외 금융사가 금융사를 세울 때는 반드시 중국 기업과 합작을 하도록 강제해왔습니다. 하지만 이번 합의로 외국 기업들은 이달부터 100% 지분을 소유한 보험과 선물회사를 설립할 수 있게됐습니다. 또 오는 4월부터는 지분 100%를 보유한 뮤추얼펀드 면허를 신청할 수 있게됩니다.
JP모간은 최근 최고층 빌딩인 상하이타워의 사무공간을 2만㎡로 종전보다 5000㎡ 확대하는 등 투자 확대에 나서고 있습니다.
중국국제경제교류중심에 따르면 해외 금융사들은 향후 몇 년간 7조~8조위안의 자금을 중국에 들여와 운용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미화로 1조달러가 넘는 거대한 돈입니다.

중국의 금융시장 개방은 미중 양국의 이해타산이 맞아들어간 결과입니다.
중국은 해외자본이 절실히 필요합니다. 경제 성장률이 구조적으로 낮아지는 상황에서 미중 분쟁으로 해외 자금이 이탈하고 있습니다. 부실채권은 누적되고 자체적 부양책을 취하고 있지만, 효과는 점점 미약해지고 있습니다.


미국은 중국 금융시장이 개방되면 해외 자금이 들어가면서 위안화 가치 절상, 그리고 달러화 가치 절하를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실제 1단계 무역 합의가 구체화되면서 최근 위안화 환율은 지난해 8월 이후 처음으로 6.9위안 선을 뚫고 내려왔습니다.
이렇게되면 미국은 대중 무역적자를 개선할 수 있으며, 미국 기업의 수출 경쟁력도 높일 수 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속적으로 노래해오던 일이 벌어지는 겁니다.

월가 관계자는 "중국 금융시장이 개방되면 미국은 중국에 대한 레버리지를 하나 더 갖게된다"고 의미심장하게 말했습니다.
해외 자본은 '양날의 칼'입니다. 유입될 때는 경제에 활력을 주지만, 한꺼번에 빠져나갈 경우 충격을 줄 수 있습니다. 한국이 1996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가입하면서 금융시장을 전면 개방했다가, 1997년 말 외환위기에 휘말린 것처럼 위기가 발생할 수 있지요.
중국 정부는 그동안 해외 자금을 중국내로 들여오는 건 자유지만, 돈을 들고 밖으로 나가는 데 대해선 매우 어렵게 규제해왔습니다.
그러나 이번 합의로 해외 금융사들의 퇴로가 확보됐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게다가 미국 정부는 이번 1단계 합의에 환율 조작 방지 협정까지 넣어서 해외 자금 이탈로 인해 환율 불안이 발생하더라도 중국 정부가 환시장에 마음대로 개입할 수 없게끔 해놓았습니다.

중국도 이번 합의의 위험성을 잘 알고 있을 겁니다.
하지만 미국과 화해해야할 필요성, 그리고 해외자본 유치 필요성이 그 이상으로 커진 상황입니다.
월가는 공개될 미중 1단계 합의의 금융서비스 챕터의 세부 조항에 어떤 내용이 들어가 있을 지 유심히 지켜보고 있습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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