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지난해보다 안전자산 투자자에게 아쉬운 시간이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글로벌 경기 회복과 함께 한국을 비롯한 신흥국 위험자산이 힘을 받으면서 원·달러 환율도 점진적인 약세로 돌아설 가능성이 높다. 반면 세계 경기와 상관성이 높은 구리 등 비철금속은 강세를 보일 것으로 기대된다.
○“유로존·달러 채권 비중 줄여야”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작년보다 0.4%포인트 오른 연 3.4%다. IMF는 한국도 지난해 연 2.0%에서 올해 2.2%로 성장률이 반등할 것으로 내다봤다. 경기 회복 국면 속에 금리가 상승하면 채권 가격은 그만큼 하락한다. 유승창 KB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글로벌 경제가 1분기부터 회복 국면에 진입하면서 금리도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선진국 중에서도 유로존 채권이 비중 축소 대상 1순위로 꼽혔다. 세계적인 경기 회복으로 선진국부터 금리가 상승세로 돌아서면 수익률이 낮은 선진국 채권 보유자들이 크게 손해를 볼 것이라는 지적이다. 윤창용 신한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은 “유로존 금리는 이미 마이너스 수준까지 내려가 금리를 더 떨어뜨릴 통화정책의 여력도 별로 없다”며 “유럽 주요국이 수정된 자산 매입 계획을 내놓기 전까지 유로존 국채 비중을 축소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원·달러 환율은 달러당 1120~1220원 사이에서 지난해보다 하방 압력이 커질 것이란 예측이 나온다. 세계 경제의 주요 변수였던 미·중 무역분쟁과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등 글로벌 이슈가 일단락되면서 경기 둔화 위험이 약해질 것이라는 게 근거다. 연초 국제 정세에 거대한 변수로 부상한 미국·이란 관계도 빠르게 소강 국면에 접어들었다. 경기 회복과 불확실성 해소가 맞물리면서 안전자산인 달러에 대한 쏠림 현상도 완화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미 중앙은행(Fed)의 통화 완화 등으로 그동안 시장에 크게 늘어난 유동성도 달러 약세 전환 시점이 임박했다고 보는 이유다. 윤창용 신한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은 “달러화는 1970년대 이후 ‘6년 강세-10년 약세’ 패턴을 반복했다”며 “달러가 정점을 찍고 이미 약세 구간으로 진입했다”고 분석했다.
○구리 등 비철금속 강세 기대
원자재 시장도 글로벌 경기 회복의 수혜가 예상된다. 세계 양대 시장인 미국과 중국 가운데서도 중국의 경기 부양 의지가 강한 만큼 원자재 시장 내에서 지난해 가격 하락폭이 컸던 비철금속이 반등할 것이란 목소리가 나온다.
특히 세계 경기의 선행지표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구리 박사’로 불리는 전기동(구리)이 기대주다. 경기 회복 속에 수요가 반등하는데 생산은 오히려 감소하고 있기 때문이다. 방민진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2018년 기준으로 세계 구리 생산의 35.9%를 상위 20개 광산이 차지하고 있는데 이들 가운데 상당수가 채굴을 시작한 지 100년이 넘은 광산”이라며 “신규 광산 개발도 제한되면서 지난해 3분기까지 구리 광석의 누계 생산량은 전년 대비 0.3% 감소했고 이 같은 추세도 이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안전자산의 왕’ 금은 상반기보다 하반기에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한윤지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금은 상반기 작년과 비슷한 박스권 흐름으로 움직이다가 하반기 미국 대선을 앞두고 상승 탄력을 받을 것”이라며 “국제 금 선물 가격은 올해 온스당 1400~1600달러 사이에서 형성될 것”이라고 말했다.
연초 급등락을 겪은 국제 유가는 올해 강보합 흐름을 나타낼 전망이다. 미국의 가셈 솔레이마니 이란혁명수비대 쿠드스군 사령관 암살 이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2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원유(WTI)는 지난 6일 기준으로 배럴당 63.27달러까지 급등했지만 이후 미국과 이란이 추가적인 충돌을 피해가면서 갈등 이전 수준인 배럴당 50달러대로 복귀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의 원유 생산량 증가세 둔화나 경기 반등에 따른 원유 수요 회복을 고려하면 올해 유가는 현 수준에서 강보합 흐름을 보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범진 기자 forwar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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