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화웨이 5G 장비 일부 허용하자 美 "미친 짓" 발끈…동맹 균열

입력 2020-01-14 17:14   수정 2020-04-13 00:01


영국 정부가 중국 화웨이의 5세대(5G) 이동통신 장비를 일부 채택하기로 잠정 결론을 내렸다. 동맹국들을 대상으로 화웨이 장비 사용 금지를 요구해 온 미국 정부는 ‘미친 짓’이라며 강력 반발했다. 화웨이 장비 도입 결정에 따라 미국과 영국 등 유럽연합(EU), 중국 간 외교·무역관계가 크게 요동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13일(현지시간) “영국 정부가 화웨이 핵심장비 사용은 금지하되, 비핵심장비는 허용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앞서 영국 국내정보부인 MI5의 앤드루 파커 국장은 전날 FT와의 인터뷰에서 “화웨이 장비를 채택해도 미국과의 정보 공유가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생각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데일리메일은 “영국 국방부도 화웨이 장비 허용에 찬성했다”고 전했다.

영국 총리실은 “화웨이 장비 허용 여부는 적절한 시기에 결론을 내릴 것”이라고 이날 발표했다. BBC 등에 따르면 영국 정부는 다음주께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열어 최종 결론을 내릴 계획이다. 영국의 화웨이 비핵심장비 허용 방침이 확정되면 영국은 화웨이 장비 채택을 공식 허가한 첫 번째 EU 회원국이 된다.

미국은 강력 반발하고 있다. 매튜 포틴저 미 백악관 국가안보담당 부보좌관이 이끄는 정부 대표단은 이날 런던을 급히 찾았다. 미 대표단은 “화웨이 장비 사용은 미친 짓(madness)이 될 것”이라며 최후통첩을 날렸다. 중국 공산당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화웨이의 5G 장비가 스파이 행위에 이용되는 등 안보에 위협이 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전 세계 국가들은 5G 통신장비 시장에서 압도적인 시장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화웨이의 장비 사용을 놓고 둘로 나눠져 있다. 일본과 호주 뉴질랜드 등 미국의 전통 우방국들은 화웨이 배제 요구에 동참했다. 러시아와 반미 성향의 일부 중남미 국가들은 화웨이 장비 도입을 서두르고 있다. 인도 정부도 지난해 말 화웨이 5G 시범사업 참여를 허가하면서 이에 동참했다.

영국 독일 등 EU 국가들은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눈치 보기를 하며 결론을 내지 못했다. 독일 통신업체 텔레포니카는 지난달 화웨이와 5G 네트워크 장비 계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독일 정부는 승인을 미루고 있는 상황이다. EU 행정부 격인 집행위원회도 명확한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EU 국가들이 화웨이에 대해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는 것은 중국과의 외교·무역관계 마찰을 우려해서다. 화웨이 장비를 배제하면 막대한 ‘차이나머니’를 잃을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 정부는 EU가 화웨이 장비 사용을 금지하면 중국 기업들의 투자가 중단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올해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라는 불확실성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과의 무역 분쟁까지 발생하면 유럽 경기 회복은 기대하기 어렵다는 시각이 적지 않다. EU는 올해 중국과의 자유무역협정(FTA) 체결도 준비하고 있다.

일각에선 영국 정부가 화웨이 장비 금지로 선회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도 나온다. 미국은 최측근 동맹국인 영국이 화웨이 장비를 조건부로 승인하면 다른 EU 회원국들도 잇따라 이에 동참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 특히 영국은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와 함께 2차 세계대전 직후 결성된 영어권 5개국 기밀정보 동맹체인 ‘파이브 아이즈’에 소속돼 있다. 미국은 화웨이 장비를 허용하는 국가와는 정보 공유를 중단하겠다고 경고해 왔다. 미국과 영국 간 기밀정보 공유가 70여 년 만에 중단될 수 있다는 뜻이다.

런던=강경민 특파원 kkm1026@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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