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기자회견에서는 눈에 띄는 정책 변화를 시사하는 대목은 없었고 대체로 기존 정책을 밀고 나가겠다는 의지가 읽혔다. 경제 문제에 대해서도 “수출이 모처럼 증가하는 등 부정적 지표는 점점 적어지고 긍정적 지표는 늘어난다”며 거시경제가 좋아지고 있다는 관점을 고수했다. 하지만 대통령이 밝힌 혁신·포용·공정·평화가 지금 대한민국에서 구현되고 있는가에 대해서는 적잖은 이들이 고개를 갸우뚱하고 있다. ‘검찰 개혁’이라는 이름으로 진행된 검경 수사권 조정과 검찰 인사만 해도 그렇다. 이전 정권에 대한 ‘적폐 수사’ 때는 문제 삼지 않던 ‘검찰의 힘’을 현 정권 수사가 한창 진행되고 있는 시점에서 빼버린 것은 큰 논란거리로 남게 됐다.
이 정부의 ‘편가르기’는 정치 분야에 그치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 지도 꽤 됐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사용자와 노동자, 부자와 서민, 심지어 고등학교조차 자율형 사립고·특수목적고와 일반 고로 편을 가르고 있다. 외국어고 폐지, 급격한 종합부동산세·건강보험료 인상, 규제 일변도의 부동산정책 등이 그런 배경에서 나왔다.
국민 모두를 끌어안지 않고서 제대로 된 혁신·포용·공정·평화를 이룰 수는 없다. 편가르기는 사회 갈등만 부추기는 게 아니다. 경제에도 악영향을 준다. 징벌적 규제로 움츠러든 기업들은 투자에 손을 놓고, ‘벌금’에 가까운 세금을 내야 하는 개인들은 지갑을 닫는다. 투자와 소비가 위축된 경제에서 활력을 기대할 수는 없다.
지금 대한민국에 필요한 것은 문 대통령이 언급한, 정책 밀어붙이기를 통한 ‘확실한 변화’가 아니라 ‘제대로 된 변화’다. 임기 절반을 지나면서 ‘사실상 실패’로 드러난 정책을 원점에서 재검토하는 그런 변화여야 한다. 소득주도 성장을 위시한 미시정책, 재정을 퍼붓는 데 중점을 두는 거시정책이 대표적이다. 구축(crowding out)효과를 가중시키는 증세도 마찬가지다. 벌써부터 부작용이 속출하는 탈(脫)원전 정책도 그렇다.
무엇보다도 대한민국 구성원 모두가 미래에 대한 비전을 공유하고 잠재해 있는 실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적 환경 조성이 시급하다. 어느새 우리 사회에서 사라져가고 있는 “하면 된다” “할 수 있다”는 긍정과 진취의 기상을 되살리는 일이 절실하다. 그런 방향으로 제대로 변화의 물꼬를 트는 정치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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