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윤종원 IBK기업은행장 임명을 반대하는 노조를 향해 "내부 출신이 아니라는 이유로 비토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고 언급한 데 대해 박홍배 금융노조 신임 위원장은 14일 유감을 표했다.
출근 저지 운동을 벌이는 노조의 투쟁을 '비토(veto·사안에 대한 결정을 거부할 수 있는 권리)'라고 표현한 것에 대해선 즉답을 피하면서도 대통령의 발언에 대한 실망감을 직간접적으로 드러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신년 기자회견에서 노조가 윤 행장 임명을 낙하산 임명이라고 비판하는 것에 대해 "기업은행은 일종의 공공기관으로 인사권이 정부에 있다. 내부 출신이 아니라는 이유로 비토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기업은행은 정부가 투자한 국책은행이자 정책금융기관으로 일종의 공공기관"이라며 "우리가 변화가 필요하면 (행장을) 외부에서 수혈하고, 안정이 필요하면 내부에서 발탁한다"고 강조했다.
기업은행장은 '중소기업은행법 제26조'에 따라 금융위원장이 제청해 대통령이 임명하게 된다. 기획재정부와 산업은행, 수출입은행이 각각 53.2%, 1.8%, 1.5%의 기업은행 지분을 갖고 있기 때문에 대통령의 기업은행장 임명은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
그러나 기업은행 노조를 포함한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금융노조)은 문 대통령이 2017년 대통령 후보 시절 금융노조와 맺었던 정책협약서를 제시하면서 청와대와 여당이 외부 인사를 임명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어기고 낙하산 인사를 임명했다고 반대하고 있다.
민주당과 금융노조가 맺은 '2017년 대선승리를 위한 더불어민주당·금융노조 정책협약서'에는 "낙하산 인사를 근절하고 전문성을 가진 인사가 임명될 수 있도록 관련 제도를 보완한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노조가 윤 행장의 출근 저지 투쟁을 벌이는 이유 역시 청와대와 여당의 책임있는 사과와 재발 방지 대책을 위한 것일 뿐이다. 대통령의 인사권 자체에 대한 비판이 아니라는 의미다. 노조가 윤 행장에게 자진사퇴를 요구한 것 또한 대통령의 인사권을 존중하기 때문이다.
다만 문 대통령은 노조의 반대 행위를 '인사권에 대한 비토'로 해석하면서 "옳지 못하다"고 표현했다. "변화가 필요하면 외부, 안정이 필요하면 내부" 인사를 발탁한다는 발언 역시 인사권을 강조하는 주장으로 해석된다.
이에 대해 박 위원장은 "기업은행장 임명의 근거가 되는 중소기업은행법은 1961년 제정된 법으로 60년간 객관적인 검증 절차 없이 지켜지고 있다"면서 "우리는 정부가 임명절차를 개선하겠다고 약속해 놓고 왜 지키지 않았는지를 묻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이 윤 행장에 대해 "금제·금융분야에 종사를 했고 청와대 경제금융비서관도 했고 우리 정부 때 경제수석을 하고 IMF 상임이사까지 역임했다"고 표현한 것에 대해 박 위원장은 "우리가 볼때는 금융 문외한(門外漢)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경력 면에서 전혀 미달되는 바가 없다"는 문 대통령의 발언에는 "자격 미달하는 게 없다는 부분도 유감스러운 부분"이라고 답했다.
김형선 기업은행 노조위원장 역시 "오늘 대통령은 우리의 질문에 답하지 않았다"면서 안타까운 심정을 드러냈다. 기업은행 노조는 그동안 청와대와 야당을 향해 ▲문재인 정부가 야당일 때 기업은행 낙하산을 반대하더니 왜 낙하산을 내려보냈는가 ▲대통령 후보시절 금융노조와 맺은 낙하산근절 협약을 지키지 않은 이유가 무엇인가 ▲기업은행장 임명절차를 개선하겠다고 약속해 놓고 지키지 않았는가 라고 물었다.
박 위원장과 김 위원장은 대통령 발언에 대해 유감을 드러냈지만 직접적인 비판은 피했다. 또 금융노조와 정부·야당과의 정책연대 파기 가능성에 대해서도 즉답을 내놓지 않았다. 금융노조 내부 의사 결정 과정을 거쳐 최종 입장을 정하겠다는 것이다.
윤진우 한경닷컴 기자 jiinw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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