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적 관점에서 보면 ‘젊은 두뇌’ 수급이 점차 어려워진다는 사실은 곱씹어볼 만하다. 현재 정부가 강조하는 소재·부품·장비 분야의 강소기업 육성, 전기차와 인공지능 등 미래 4차 산업혁명 분야 경쟁력 강화 등은 투입하는 예산의 규모가 아니라 결국 ‘우수한 연구인력’이 핵심이다.
고급 연구인력은 육성 여부와 별개로 중소기업엔 잘 공급되지 않는다. 오랜 세월 중소 제조업 현장에서 겪은 인력난이 R&D 분야에서도 고스란히 재현되고 있다.
반면 중소기업의 R&D인력 수요는 증가 일로다. 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에 따르면 2008년 1023개였던 대기업 부설연구소가 2018년 1665개로 늘었다. 같은 기간 중소기업 부설연구소는 1만5696개에서 3만8734개로 두 배 이상으로 급증했다. R&D 수요와 더불어 세제 혜택 등을 노린 허수의 연구소가 일부 포함된 결과다.
연구소의 내부 인력을 들여다보면 현실은 더 우울하다. 중소기업 내 석·박사급 R&D 연구원 비중은 10년간 27.1%에서 22.9%로 오히려 줄었다. 특히 중소기업 한 곳당 39세 이하 청년층 연구원 수는 같은 기간 6.2명에서 2.3명으로 쪼그라들었다. 그나마 지난 10년간 새로 합류한 20~30대 여성 연구자와 40대 이상 중장년층 연구자가 중소기업 연구실을 지키고 있다.
산업용 화학 소재를 생산하는 한 중소기업 대표는 “경륜이 풍부한 R&D인력도 필요하지만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이하는 상황에서 새로운 기술 트렌드에 익숙한 젊은 인력 수급은 필수적”이라며 “신제품 개발에 필요한 최소 연구인력을 확보하는 것조차 힘들다”고 했다.
중소기업들은 R&D 비용의 60%를 인건비에 쏟아붓는 현 상황에선 R&D 분야의 집중적 투자에 어려움을 호소한다. 일부 중소기업은 전국 2500명 수준인 이공계 석·박사급 전문연구요원(3년간 군 대체복무)에 목을 매고 있다. 이마저도 국방부가 제도 축소를 검토 중이다.
노민선 중기연구원 연구위원은 “졸업 후 중소기업 취업을 약정한 이공계 대학원생에게 장려금을 지원하거나 석·박사급 청년 R&D인력을 신규 채용한 중소기업에 세제 혜택을 주는 등 젊은 연구자와 중소기업을 매칭하고 위기의식을 공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4차 산업혁명의 새로운 변곡점을 맞은 글로벌 시장은 이미 R&D인재 영입 경쟁이 한창이다. 정부는 전년 대비 30% 늘어난 13조3640억원을 중소벤처기업 지원에 투입한다고 공언하고 있다. 하지만 현장에선 R&D인력의 원활한 수급 등 중소기업 정책의 방향 전환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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