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은 14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생일 축하 친서를 보낸 것은 지속적인 대화 의지를 나타낸 것”이라며 “북·미 대화가 활발하지 않지만 여전히 대화를 끌고 가려는 양측 간 노력과 신뢰는 계속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북한이 설정한 ‘연말 시한’ 이후 북·미 간 대화가 파탄나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북한이 여전히 대화의 문을 닫지 않고 있다”며 “북·미 대화의 성공 가능성에 더 많은 기대를 걸고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미·북 협상이 미국 내 정치 일정에 영향받을 가능성을 우려했다. 문 대통령은 “미국이 본격적인 대선 국면에 들어서면 북·미 대화 시간 자체를 마련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며 “많은 시간의 여유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전망했다. 미·북 대화를 촉진할 방법으로 독자적인 남북 관계 개선을 제시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회견에서 북한 비핵화 문제와 관련, “미·북 대화만 바라보지 않겠다”는 발언을 수차례 반복했다. 지난 7일 신년사에서 밝힌 대로 미·북 대화에 의존해온 비핵화 프로세스를 남북이 진전시켜 나가겠다는 의지를 재차 밝힌 것이다.
문 대통령은 “남북이 이 시점에 할 수 있는 현실적인 방안을 찾아 관계를 발전시켜 나간다면 그 자체도 좋고 그게 북·미 대화에 영향을 미치는 선순환 효과를 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북한이 작년 말 이후 우리 정부를 향해 노골적인 비난 성명을 잇따라 발표하고 있지만, 문 대통령은 “남북한의 대화를 거부하는 북한의 메시지는 아직 없다”며 “남북 관계는 우리 문제이기 때문에 주체적으로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고 했다.
대북 제재 완화 필요성에 대해선 “대북 제재는 그 자체가 목표가 아니라 북한의 비핵화를 이끌어내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적절한 비핵화 조치가 선행돼야 제재 완화가 이뤄질 수 있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또 “남북 협력을 해나가는 과정에서 유엔 대북제재로부터 예외적인 승인이 필요하다면 그 점에 대해 노력해 나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남북 협력 유형에 대해선 “제한된 범위 안에서 접경지역 협력, 개별관광 같은 것은 충분히 모색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이 요구하는 한국군의 호르무즈 해협 파병 문제와 관련해 “현지 진출한 우리 기업과 국민의 안전이 가장 중요한 고려 사항”이라며 “한·미 동맹과 이란과의 외교 관계를 고려해 현실적인 방안을 찾겠다”고 했다.
이정호 기자 dolph@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