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금리에도 교직원·국민 노후는 '뒷전'…'총선행' 막차 탄 수장들

입력 2020-01-16 09:00   수정 2020-01-16 09:01

[01월 16일(09:00) '모바일한경'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모바일한경 기사 더보기 ▶



(김은정 마켓인사이트부 기자) 이달 들어 하루 건너 한 번씩 공제회 이사장의 사퇴 소식이 들렸습니다. 각종 공제회 이사장들이 오는 4월 21대 국회의원 총선거에 출사표를 던진 탓이죠.

한경호 전 대한지방행정공제회 이사장은 고향인 경남 진주에서 출마할 예정입니다. 이미 더불어민주당에 입당했고요. 당초 한 전 이사장의 임기는 내년 9월까지로 20개월이나 남았답니다. 행정공제회는 이사장 직무 대행 체제로 갈지, 공개 모집 공고를 낼지 고민 중입니다.

행정공제회는 지방공무원들의 생활 안정과 복리증진을 위해 설립된 공익 복지기관입니다. 14조원을 자산을 굴리며 29만명의 회원들을 갖고 있죠. 행정공제회 관계자는 "행정공제회 설립 후 이사장이 중간 사퇴한 경우가 처음이라 내부에서도 당황스러워 하고 있다. 기업의 이사회 격인 운용위원회가 열려야 추후 일정을 알 수 있다"고 내부 분위기를 전했습니다.

공모를 진행해도 최소 4개월가량 걸리기 때문에 총선 때까진 공석이 불가피할 전망입니다.

차성수 전 한국교직원공제회 이사장 역시 총선 출마를 위해 사의를 표명하고 퇴임했습니다. 차 전 이사장은 현직 신분으로 출마 기자회견까지 해 논란이 일기도 했고요. 교직원공제회는 37조원의 자산을 굴리고 있습니다. 81만면의 회원을 거느리고 있죠.

유가증권 투자는 물론 해외투자 사업까지 하면서 교직원들의 노후를 돕는 금융기관을 자처하고 있습니다.

국민 노후 보장의 최종 보루라는 국민연금을 책임지는 국민연금공단의 김성주 전 이사장은 일찍이 사의를 표하고 총선에 뛰어들었습니다. 김 전 이사장의 임기는 오는 11월까지로 1년 가까이 남았는데 말입니다.

국민의 노후 자금인 국민연금은 빠르게 불어나는데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면서 국민의 우려가 큰 상황입니다. 수익률이 조금만 낮아져도 수천억원이 날아가거든요. 국민연금의 책임이 그만큼 무겁단 의미입니다.

어찌 보면 김 이사장 취임 때부터 예상됐던 일입니다. 김 전 이사장은 20대 총선 때 전북 전주병 선구구에서 민주당 후보로 출마한 적이 있습니다. 물론 고배를 마셨고요.

비단 공제회나 연기금만의 문제는 아닙니다. 때마다 총선철이면 공공기관장들이 선거판으로 앞다퉈 떠났습니다. 경영 공백이 불가피했고요. 출마로 비어 있는 '자리'들은 총선 이후 낙선자를 위한 자리로 채워 지기도 했습니다.

공기업 한 관계자는 "공기업들이 총선 때만 되면 항상 수장 공백으로 고생들 하는데, 공제회도 비슷한 모습"이라고 지적하더라고요.

연기금과 공제회의 수장 자리는 무엇보다 전문성과 성과가 중요합니다. 경력 쌓기 차원의 잠시 거쳐가는 자리로 전락하면 안 된다는 얘기입니다. 정부에서 연기금, 공제회, 공공기관 최고경영자(CEO) 공백을 그다지 심각하게 여기지 않는 영향도 있는 듯 합니다. '수장 공백'에 이어 총선이 지나면 또 다시 '낙하산' 논란이 반복될까요. 지켜볼 일입니다. (끝)/ ke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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