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까지 피해액만 5조원에 육박하는 ‘라임 사태’의 전개과정을 보면 혼탁한 금융시장의 현주소가 여실히 드러난다. 라임펀드는 최근 5000억원 규모의 ‘3차 환매 중단’을 펀드가입자들에게 통보했다. 지난해 10월 1·2차 환매 중단 때 묶인 펀드 가입액 1조5000억원을 합하면, 직접 피해액만 2조원에 달한다. 간접 피해액도 2조5000억원 선으로 추정된다. 라임자산운용이 5% 이상 지분을 보유한 40개 종목의 시가총액이 펀드 편입 당시보다 2조5000억원가량 쪼그라들었기 때문이다.
라임 사태에서 ‘작전세력’은 보조역할을 했을 뿐이며, 주포는 펀드매니저 애널리스트 등 제도권 출신이라는 점에서 자본시장 신뢰는 직격탄을 맞았다. 유명·해외 증권사 출신인 이들은 기업사냥꾼들의 위험한 무자본 인수합병(M&A)에 전주 노릇을 하고, 사기와 다를 바 없는 폰지(다단계 금융)게임을 벌였다.
작년 10월 최초 펀드 환매중단 직전에는 수천억원을 정상펀드에서 부실펀드로 빼돌리는 ‘돌려막기’까지 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정 가입자의 투자금을 환매해주기 위한 목적으로밖에 볼 수 없는 불법적 돌려막기가 금융감독원이 편법·불법 운용을 한창 조사 중이던 시기에 일어난 것도 충격적이다.
금융시장 신뢰 추락은 보험사기 횡행에서도 확인된다. 금융당국이 적발한 작년 상반기 보험사기는 4134억원으로, 연말 기준으로 첫 8000억원 돌파가 예상된다. 적발되지 않았거나 사실상 사기로 볼 수 있는 ‘암수(dark figure) 범죄’를 감안한 총누수액은 적발액의 8~9배라는 연구(서울대·보험연구원 공동) 결과를 적용하면 총 피해액은 가구당 40만원 안팎으로 추정된다. 보험사기가 점점 일상화되고 있다는 점도 걱정을 키운다. 10대 청소년의 보험사기가 지난해 24.2%(상반기 기준) 급증했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 버젓이 가담자를 모집하는 사례도 빈발하고 있다.
신뢰산업으로 불리는 금융시장의 막장 드라마들은 끝없이 추락 중인 우리 사회의 도덕과 신뢰 수준을 보여주는 자화상일 것이다.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7개 회원국 중 1인당 사기범죄 비율이 1위(2013년 기준)이고, 사기·위증·무고죄가 일본의 수백 배라는 오명을 이미 안고 있다. 인터넷만 들어가도 가짜 서류를 만들어 실업급여나 정부수당을 타먹었다는 자랑 아닌 자랑이 넘치는 게 현실이다.
정치권을 진앙지로 한 위선과 거짓이 판치는 마당에 금융시장의 일탈적 행위들이 방치된다면 ‘공정 사회’라는 정부의 구호는 내걸지 않은 것만 못하게 될 것이다. 금융·보험사기에 대한 발상 전환과 일벌백계가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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