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치동 꼬마빌딩은 안전자산"…투자 1순위 떠올라

입력 2020-01-16 17:29   수정 2020-01-17 0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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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사거리에서 삼성역 방향 대로변에 자리한 A건물. 밸류맵에 따르면 이 빌딩 가격은 2년 새 두 배 넘게 뛰었다. 지난해 10월 147억원에 매각됐다. 2017년 72억원에 거래된 빌딩이다.

대치동이 빌딩 투자 인기 1순위로 떠오르고 있다. 자사고·특목고 폐지, 정시 확대 등 달라진 교육정책 영향으로 사교육 시장이 더욱 커지면서 대치동 빌딩이 안전자산으로 인식되고 있어서다. 김능수 우리은행 투자자문센터장은 “대치동 일대는 학원가 특성상 임대수익은 안정적이지만 업종이 한정적이어서 가격이 크게 오르지 않는다는 인식이 있었는데 상황이 달라졌다”며 “앞으로 더 오를 거라는 기대에 호가를 높이거나 물건을 거둬들이는 사례가 속속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대치동 건물은 최근 2~3년 새 호가가 30%에서 많게는 50%까지 상승했다. 대치동 주요 학원가인 분당선 한티역 3번 출구에서 은마아파트 입구 사이 대로변에 있는 건물은 건물면적 3.3㎡당 호가가 1억5000만원 선이다. 이면도로에 있거나 구축 건물은 8000만~9000만원 안팎이다.

상가정보연구소에 따르면 대치2동의 대입학원 수는 지난해 10월 기준 445개로 전년 동월 223개에 비해 두 배가량으로 늘었다. 대치동 상권의 매출도 증가세다. 인근 J공인 관계자는 “업무 밀집지역인 삼성동·역삼동·논현동 등은 주 5일 상권이지만 대치동은 주 7일 상권”이라며 “대치동은 토목공사를 시작하자마자 학원 원장과 계약하는 사례도 있을 정도로 임차 수요가 많다”고 말했다.

대치동의 프랜차이즈 대입학원은 월 추정 매출이 4023만원으로 지난 1년 대비 강남구 내 매출 증가율 1위 업종으로 꼽히기도 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교육 평준화가 이뤄지면 교육 특구로 수요가 더 몰린다”며 “소비경기가 좋지 않다 보니 청담동 등 핵심 동네도 대부분 건물이 공실을 끼고 있는데 대치동은 그와 무관한 편”이라고 말했다.

주택시장 규제 강화에 따라 빌딩으로 선회하는 투자 수요도 대치동 빌딩시장이 주목받는 요인이다. 15억원이 넘으면 대출이 불가능한 아파트에 비해 건물은 자기자본의 50% 정도 대출이 가능하다는 것도 장점으로 꼽힌다. 우병탁 세무사는 “지난 2년간 아파트는 18차례 대책이 나왔지만 RTI(임대업이자상환비율) 확대를 제외하면 빌딩 재테크를 별도로 막는 규제는 없었다”며 “빌딩의 투자 조건이 특히 좋아서가 아니라 주택 쪽 과세가 지속적으로 강화되면서 빌딩에 투자 메리트가 생긴 상황”이라고 말했다.

오동협 원빌딩 대표는 “강남의 상당수 아파트값이 30억원에 육박하다 보니 빌딩 가격은 상대적으로 낮아진 셈”이라며 “아파트 재테크에 부담을 느껴 빌딩 거래로 선회하려는 문의가 많다”고 말했다.

최다은 기자 max@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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