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바보 같은 사업의 위험을 인수하겠다는 보험회사가 없었습니다. 설사 있다 하더라도 보험료가 실로 엄청날 테니 우리가 그걸 감당할 입장도 아니어서 결국 위험을 안고가기로 결정했어요.” 이명박 당시 현대건설 사장이 정주영 회장 사후에 한 언론매체 인터뷰에서 밝힌 내용이다. 과연 현대답다. “그 대신 한반도부터 아라비아반도까지의 해류 등 각종 수송 위험을 면밀히 분석했습니다. 필리핀 앞바다가 제일 위험하다는 결과가 나왔는데, 실제 그곳에서 풍랑을 만나 구조물이 사라졌지만 사전에 예상한 대로 대만 쪽으로 흘러간 구조물을 다시 회수해 무사히 수송을 마칠 수 있었어요.” 실로 대단하다.
이처럼 보험만이 유일한 리스크 관리 수단이 아니고, 보험이 항상 최고의 리스크 관리가 되는 것은 아니다. 무엇보다 리스크 전가(risk transfer) 수단으로서 보험료라고 하는 상당한 비용이 발생한다. 대신에 안심하고 사업을 운영할 수 있다는 장점은 분명하다. 사고 발생을 원천 차단하는 리스크 회피(risk avoidance)가 항상 가능한 것도 아니고, 기회비용을 고려해볼 때 꼭 바람직하다고 볼 순 없다. 리스크를 조직이 스스로 보유(risk retention)하면 리스크 관리 비용을 줄일 수는 있겠지만, 사고에 따른 대형 손실이 발생할 경우 치명적일 수 있다. 이와 같이 각 리스크 관리 수단은 각자의 편익과 비용이 있기 때문에 모든 상황과 리스크에 통용되는 최고의 리스크 관리 수단은 있을 수 없다.
결국 파악된 주요 리스크에 대비해 조직은 사용 가능한 여러 리스크 관리 수단의 비용·편익을 면밀히 분석한 뒤 주어진 상황에 최적인 리스크 관리 수단을 선택해 이행해야 한다. 상황을 불문하고 사고 예방에 만전을 기하면서 사고에 따른 손실을 최소화하고 비용을 경감하는 리스크 통제(risk control)는 리스크 관리의 기본이자 필수다.
장동한 < 건국대 국제무역학과 교수·아시아태평양보험학회 회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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