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속세 기준 '주는 사람' 아닌 '물려받는 사람'으로 바꿔야"

입력 2020-01-20 17:29   수정 2020-01-21 0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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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속세와 관련한 또 다른 논란거리는 과세방식이다. 세금을 물리는 기준을 ‘유산을 주는 사람’(유산세 방식)에서 ‘유산을 받는 사람’(유산취득세 방식)으로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서다. 성격이 비슷한 증여세가 유산취득세 방식이란 점에서 더욱 그렇다. 대통령 직속기구마저 지난해 “상속세 과세 방식을 유산취득세로 변경하라”고 권고했지만, 정부는 세수 감소 등의 이유로 버티고 있다.

유산세가 유산취득세로 바뀌면 납세자의 세금 부담은 줄어들게 된다. 대신 정부 세수는 그만큼 감소한다. A씨가 사망해 상속재산 20억원(과세표준)을 자녀 4명에게 똑같이 나눠준다고 가정해보자. 세율은 △과표 1억원 이하 10% △1억원 초과~5억원 이하 20% △5억원 초과~10억원 이하 30% △10억원 초과~30억원 이하 40% △30억원 초과 50%다.

유산세 방식으로 과세하면 A씨의 상속재산 20억원이 기준이 된다. 구간별 세율을 적용한 상속세 규모는 6억4000만원. 네 명의 자녀에게 각각 돌아오는 몫은 13억6000만원의 25%인 3억4000만원이다.

유산취득세 방식은 먼저 상속재산 20억원을 자녀 네 명에게 5억원씩 나눠준 뒤 개인별로 과세한다. 구간별 세율을 적용하면 각 자녀에게 과세되는 세금은 9000만원이 된다. 총 상속세는 3억6000만원으로 유산세 방식으로 과세할 때보다 2억8000만원 줄어들고, 각 자녀가 거머쥐는 돈은 4억1000만원으로 7000만원씩 늘어난다.

세계적으로는 유산취득세가 유산세보다 더 널리 쓰이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한국 미국 영국 터키 헝가리 5개국을 뺀 나머지는 상속세를 폐지했거나 유산취득세 방식으로 물리고 있다.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회 산하 재정개혁특별위원회도 작년 2월 정부에 제출한 ‘재정개혁 보고서’에서 상속세를 유산취득세 방식으로 변경하라고 권고했다. 하지만 기획재정부는 지난해 세법 개정안에 세수 감소 등의 이유를 들어 반영하지 않았다. 유산취득세로 바뀌면 세금을 덜 내기 위해 상속인이 아닌 사람을 상속인인 것처럼 위장할 수 있다는 우려도 영향을 미쳤다.

한 세무법인 관계자는 “유산세는 고인이 살아 있을 때 모든 세금을 다 내고 형성한 재산에 대해 한 번 더 과세한다는 점에서 이중과세로 볼 여지가 있다”며 “유산취득세는 재산을 물려받는 사람이 새롭게 취득한 재산에 과세하는 개념이어서 이중과세 논란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롭다”고 설명했다.

이태훈 기자 bej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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