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중국이 미국에 약속한 지재권 보호조치, 한국도 요구해야

입력 2020-01-17 18:14   수정 2020-01-18 00:08

미국과 중국이 서명한 1단계 무역 합의는 중국의 미국 제품 구매 확대와 미국의 관세전쟁 수위 조절이 핵심 내용이다. 그러나 합의문에 포함된 기술이전 강요 금지, 지식재산권 보호 등 미국이 요구해 온 일부 구조개혁 내용도 눈길을 끈다. 지재권 보호와 관련해 중국은 1단계 합의 발효 후 30일 이내에 합의 사항을 이행하기 위한 ‘액션 플랜(실행계획)’을 제출하기로 했다.

미국은 중국의 약속 위반 가능성에 대비해 90일간 협의를 거쳐 관세를 원상복구할 수 있다는 ‘스냅백’ 조항까지 합의문에 집어넣었다. 중국이 어떻게 변할지 두고 봐야겠지만 그동안 중국의 지재권 침해에 시달려 온 한국 기업들로서는 미국 정부가 자국 기업을 위해 취한 이런 조치가 부러울 수밖에 없다. 중국과 자유무역협정(FTA)까지 맺었지만 지재권 침해는 물론 기술이전 강요, 기술유출 등 중국의 불공정 행위는 FTA 이전과 크게 달라진 게 없기 때문이다.

특히 반도체 등 한국이 앞선 분야에서 중국 업체들이 집요하게 기술과 사람을 빼가는 등 지재권 침해 행위는 오히려 더 심해지는 추세다. 기업들은 소송을 하고 싶어도 중국 당국의 보복을 우려해 포기한다고 토로한다. 지재권이 함부로 침해받아도 제대로 대응할 수 없는 FTA라면 정상적이라고 할 수 없다.

미·중이 1단계 합의를 했지만 양국의 기술패권 경쟁은 더 격화될 것이란 전망이 많다. 한국 업체들에 대한 중국의 보이지 않는 압박은 더욱 강해질 공산이 크다. 이에 대비하기 위해서라도 정부는 FTA 후속 협상 등 다양한 채널을 통해 중국에 확실한 지재권 보호 조치를 요구해야 한다. 중국이 미국과의 통상 분쟁을 의식해 힘을 싣고 있는 역내 포괄적 경제동반자 협정(RCEP)의 성공적인 발효를 위해서도, 또 중국이 원하는 수준 높은 한·중·일 FTA 체결을 위해서도 지재권 보호는 피해갈 수 없는 핵심 과제라는 점을 분명히 인식시킬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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