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헌 "실존인물 연기한 남산의 부장들…왜곡 안되게 시나리오에 충실"

입력 2020-01-17 15:16   수정 2020-01-18 0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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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들의 관계와 심리를 면밀히 따라간다는 점이 매력적으로 다가왔어요. 누구나 알고 있는 사건이지만 ‘왜 그런 일이 벌어졌을까’에 대해서는 자세히 알지 못하잖아요. 그런 면에서 사건을 다각도로 들여다볼 수 있는 작품이 될 거라고 확신했죠.”

오는 22일 개봉하는 영화 ‘남산의 부장들’에서 중앙정보부장 김규평을 연기한 배우 이병헌은 이렇게 말했다. ‘남산의 부장들’은 1979년, 제2의 권력자라고 불리던 김규평이 대통령 시해 사건을 벌이기 전 40일간의 이야기다. 52만 부 이상 팔린 동명의 논픽션 베스트셀러를 영화로 만들었다.

극 중 김규평은 박정희 전 대통령을 시해한 실존 인물 김재규를 모티브로 했다. 이병헌은 “실존 인물을 연기한다는 것에 큰 부담을 느꼈다”며 “역사적으로 결론지어지지 않은 부분을 영화가 규정짓는 건 위험한 일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온전히 시나리오에 나와 있는 인물의 감정을 이해해야만 했다”고 덧붙였다.

이병헌은 사실적인 캐릭터를 만들기 위해 과거 뉴스부터 다큐멘터리, 당시 직간접적으로 사건을 알고 있었던 사람들의 조언 등을 두루 참고했다고 한다. 머리카락을 모두 뒤로 빗어 넘긴 올백 머리와 안경으로 외적인 완성도를 높였고, 재판 영상을 보고 인물의 성격과 습관을 분석하기도 했다. “길게 자란 머리를 계속 쓸어 넘기더라고요. 평상시에는 늘 정갈한 헤어스타일이었으니까요. 그 모습을 보며 평소에는 자기감정을 잘 드러내지 않지만 어떤 부분에서는 굉장히 예민하고 강박적인 성격이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죠.”

이병헌은 우민호 감독과 ‘내부자들’(2015) 이후 두 번째로 호흡을 맞췄다. ‘내부자들’에서 “모히또에서 몰디브 한 잔”이라는 애드리브를 직접 탄생시키며 각종 패러디를 양산한 그는 이번 영화에서는 애드리브를 넣지 않았다. 사건을 객관적으로 바라봐야 한다는 우 감독의 의견 때문이었다. 특히 대통령이 암살 당하는 장면은 고증을 더 철저히 한 뒤 촬영을 진행했다. “암살 후 걸어가다 피에 미끄러지는 건 제가 감독님께 먼저 이야기한 거예요. 역사적 사실과 크게 어긋난 게 아니라면 꼭 넣고 싶다고 했죠. 정신없는 상황들이 몰아친 뒤 한 번 넘어지고 일어났을 때 잠시 정신을 차리는 거죠. 상황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게 되고요. 주관과 객관을 오가는 인물의 혼란스러운 심리를 영화적으로 표현하고 싶었습니다.”

이번 영화에서 전 중앙정보부장 박용각을 연기한 곽도원은 이병헌에 대해 “완성형 배우”라고 극찬했다. 그만큼 ‘믿고 보는 배우’라는 얘기다. 이병헌도 이런 평가가 싫지 않은 듯했다. “관객의 기대를 받는 배우로 계속 있을 수 있다는 건 축복받은 일이죠. 저는 ‘어떤 배우가 되고 싶냐’는 질문에 항상 이렇게 답합니다. ‘이병헌이 하는 작품은 꼭 봐야지’라는 마음이 들게 하는 배우가 되는 것이라고요.”

태유나 한경텐아시아 기자 youyo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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