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리 해리스 대사가 자신이 일본계 미국인이라 비판의 대상이 됐다고 말했다.
뉴욕타임스 등 외신 보도에 따르면 해리스 대사는 지난 16일(한국시간) 외신 기자들과 만남에서 "내 인종적 배경, 특히 내가 일본계 미국인이라는 점에서 언론, 특히 소셜미디어에서 비판받고 있다"고 말했다.
해리스 대사는 주일 미군이던 아버지와 일본인 어머니 사이에서 일본에서 태어났다. 이후 미 해군 태평양사령관으로 재직하다가 2018년 7월 주한 미 대사로 부임했다.
콧수염에 대해서도 "내 수염이 어떤 이유에선지 여기서 일종의 매혹 요소가 된 것 같다"며 "외교관의 길로 접어들면서 새로운 삶을 기념하는 차원에서 콧수염을 기른 것"이라고 '콧수염 논란'을 직접 언급했지만, 외신들은 "일제강점기 총독에 포개질 정도로 고압적인 느낌을 준다"고 주목했다.
영국 BBC는 17일(현지시간) "일부 한국인에게 (해리스 대사의 콧수염은) 일제 강점기의 기억을 불러 일으킨다"고 지적했고, 최근 한미가 갈등일 빚고 있는 방위비 부담과 관련해 "해리스 대사는 이전에 한국이 주한미군 주둔 분담금을 더 내라고 요구하면서 긴장을 조성했었다"며 "그러나 그는 그의 혈통에서 비판이 비롯됐다고 한다"고 지적했다.
한국인들은 미국의 무리한 방위비 인상에 반감을 느끼고 있지만, 해리스 대사 본인은 자신이 일본계이기 때문에 한국사람들이 그런 식으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설명한 것.
CNN도 "해리스 대사의 콧수염은 자신을 넘어 더 큰 문제의 논의를 촉발했다"며 "일제강점기의 유산에 대한 많은 한국인의 여전히 쓰라린 감정, 방위비 협상 와중에 한미 간 수십년 지속된 동맹의 미래에 나타나는 균열 같은 것"이라고 현재 상황을 해석했다.
다만 "일부 언론에서 해리스 대사가 일본계라는 점을 문제 삼는 여론도 있다"며 "해리스 대사는 일본인이 아니고 미국 시민이며 그를 일본 혈통으로 부르는 것은 미국에서는 거의 인종차별로 간주된다"는 견해를 밝혔다. 이어 "한국은 미국과 같은 인종적 다양성이 없는 균질한 사회"라고 덧붙였다.
해리스 대사의 고압성 논란은 그가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4일 신년 회견에서 대북 개별관광 등 남북 협력 추진 구상을 언급한 후 외신 간담회에서 "미국과 먼저 협의하라"는 취지의 발언을 하면서 촉발됐다. 대사가 주재국 정상의 발언을 공개적으로 비난하는 것은 "선을 넘었다"는 비판이 나왔다.
여기에 해리스 대사는 방위비 분담금 협상이나 지소미아(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 GSOMIA)와 관련해서도 강력한 입장을 밝혀왔던 만큼 반감을 더 키웠다는 분석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17일 "해리스 대사의 발언을 어떻게 평가하는가"라는 질문에 "대사가 주재국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언론에 공개적으로 언급한 부분은 대단히 부적절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고, 이상민 통일부 대변인은 정례브리핑에서 "대북정책은 대한민국의 주권에 해당된다"며 "개별 관광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제재 사항에 저촉되지 않으며, 남북 협력과 민간 교류 확대 차원에서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해리스 대사의 발언을 정면 반박했다.
여당에서도 해리스 대사의 언행을 강도높게 비판했다.
설훈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은 확대간부회의에서 "해리스 대사가 제재의 잣대를 들이댄 데 대해 엄중한 유감의 뜻을 표명한다"며 "개별 관광은 제재 대상도 아니며, 내정간섭 같은 발언은 동맹 관계에도 도움이 안 된다"고 밝혔다.
이해식 더불어민주당 대변인도 브리핑을 통해 "해리스 대사의 발언은 매우 우려스럽다"며 "해리스 대사는 본인의 발언이 주권국이자 동맹국인 대한민국 정부와 국민의 오해를 촉발할 수도 있다는 깊은 성찰을 하기 바란다"고 지적했다.
또 동북아평화협력 특별위원장인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대사가 무슨 조선 총독인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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