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종목을 찍어주세요"

입력 2020-01-19 17:13   수정 2020-01-20 00:05

“오를 종목을 찍어주세요.” 자산운용사에 근무한다고 하면 흔히 듣는 말이다. 투자의 원칙과 방법을 설명해도 마지막 질문은 결국 ‘대박’날 종목이 무엇이냐는 것이다. 그런데 대박날 종목에 집착하는 사람 중에는 투자로 인해 손실을 경험한 사람이 많다. 지금까지의 손실을 만회하기 위해서라도 소위 ‘한방’을 찾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투자에 한방은 없다. 겉으로 드러나는 한방은 많은 시행착오 끝에 보이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수많은 시행착오를 보지 못한 채 한방을 좇다보면 결국 실패에 도달하게 된다.

투자도 하나의 전쟁이라면 《손자병법》에 나오는 ‘지피지기 백전불태’를 기억해야 한다. 먼저 투자자 본인의 성향을 알아야 한다. 자신의 성향이 투자에 따른 시장 및 수익 변동성에 민감하다면 좀 더 안정적인 투자를 지향할 필요가 있다. 투자는 종목뿐 아니라 시간을 사는 경우가 많다. 민감한 성향은 시간을 견디는 힘이 약하기 때문이다. 투자 성과뿐 아니라 건강을 해칠 수 있다는 점도 중요하다. 심리적으로 볼 때 1만원을 벌었을 때의 기쁨보다 1만원을 손해봤을 때의 상실감이 더 크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두 번째로 투자 자금의 성격이다. 급한 자금인지, 여유자금인지에 따라 투자 대상이 달라질 수 있다.

세 번째로 투자 상대방, 즉 투자 상품을 알아야 한다. 주식, 채권, 부동산, 기업 투자 등 동일한 투자 대상이라도 위험과 수익률, 투자기간, 환매 가능 여부 등이 다르므로 꼼꼼히 챙겨봐야 한다. 특히 경기 변동성이 큰 현 상황에서는 시장, 신용, 유동성, 운용 리스크 관리가 잘 돼 있는 투자 상품을 고를 수 있는 안목이 필요하다. 워런 버핏이 메일이 오면 가장 먼저 읽는다는 하워드 막스 오크트리캐피털매니지먼트 회장은 《투자와 마켓사이클의 법칙》이라는 책에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병 속의 공을 뽑을 때 무슨 색 공이 나올지 알기는 어렵다. 하지만 병 속에 흰 공과 검은 공이 70 대 30의 비율로 들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이 공을 뽑을 때 유리하다. 투자자 역시 자신이 경기 사이클의 어디쯤 있는지를 알고 있다면 다른 사람들보다 훨씬 유리하다.’

투자 성과는 투자 대상의 펀더멘털과 투자자의 심리가 상호작용해 결정된다. 미국의 저명한 경제사학자 찰스 킨들버거는 “친구가 부자가 되는 것을 보는 것만큼 행복과 판단력을 방해하는 것은 없다”고 했다. 투자자들이 다른 사람의 행동을 따라 하는 투자의 쏠림 현상이 나타나는 이유이기도 하다. 군중심리를 벗어나는 방법은 ‘성공은 실패의 씨앗을 품고 있다’는 겸손함을 유지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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