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F, 시총 38배 증가
코스피지수는 지난 10년 동안 32.0% 오르는 데 그쳤다. 2010~2019년 연간 10% 이상 오른 해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후 회복기에 있던 2010년(21.9%)과 반도체 호황이 불었던 2017년(21.8%) 두 해뿐이다.
하지만 개별 종목으로 따지면 쏠쏠한 수익률을 올린 종목이 적지 않다. 2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F&F는 시가총액이 1조8557억원(17일 기준)으로 10년 전 484억원에서 38배(3737.6%) 늘었다. 시총은 유상증자나 인수합병(M&A)으로도 늘지만 대개 주가를 따라간다. F&F는 같은 기간 주가가 3140원에서 12만500원으로 3737.6% 올랐다. 순수하게 주가 상승으로 시총이 늘었다는 뜻이다.
안진아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F&F는 2012년 미국 다큐멘터리 채널 디스커버리로부터 의류 라이선스를 받아 후발주자로 아웃도어 시장에 뛰어들었다”며 “아웃도어 시장이 포화 상태였지만 남들과 달리 일상 생활생활에서 입을 수 있는 패션에 방점을 둔 아웃도어로 돌풍을 일으켰다”고 설명했다.
일진다이아도 기술 장벽이 높은 공업용 다이아몬드 사업에 수소차에 쓰이는 수소탱크 사업을 더하면서 시총이 1689.1% 증가했다. 화승인더(1227.0%), LG생활건강우(1040.0%), 한솔케미칼(854.4%), 한솔바이오파마(853.8%), SPC삼립(819.9%) 등이 뒤를 이었다. 삼양식품도 ‘불닭볶음면’이 국내외에서 인기를 끌며 시총이 1262억원에서 7608억원으로 6배 늘었다.
시가총액 상위주 중에선 삼성전자(195.1%), SK하이닉스(368.3%), 네이버(261.4%), 삼성SDI(205.8%), 엔씨소프트(360.7%), 아모레G(600.7%), 호텔신라(360.7%) 등의 증가폭이 컸다.
산업 변화 못 따라가면 시총 급감
반면 10년 동안 시가총액이 감소한 상장사는 202개, 20% 이상 줄어든 종목도 147개에 달했다. 2011년 이마트를 떼어낸 신세계처럼 기업 분할로 시총이 감소한 회사도 있지만 대부분 업황이 긴 부진에 빠진 영향이 컸다.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직격탄을 맞은 두산중공업은 시가총액이 10년 전 9조1570억원에서 현재 1조1442억원으로 87.5% 줄었다. 한전기술(-74.1%), STX엔진(-76.7%) 등도 시총이 절반 이상 줄었다.
시총 상위주에선 포스코가 59.2% 줄었다. 포스코는 10년 전 51조6146억원으로 시가총액 2위였지만 지금은 21조556억원에 그쳐 11위로 밀려났다. 한국전력(-26.0%), LG전자(-28.8%), 한국조선해양(-45.1%), KT(-41.9%) 등도 큰 폭으로 줄었다.
변준호 유진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그동안 주가가 오르고 시총이 늘어난 종목을 보면 반도체와 2차전지, 인터넷, 콘텐츠, 화장품, 바이오 등 구조적으로 시장이 커지는 업종에 속해 있다”며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이 싼 종목보다는 중장기으로 성장할 수 있는 종목에 관심을 두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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