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00억원 규모 예산이 투입되는 정부 산업단지환경개선펀드의 올해 위탁 운용사 선정이 시작되면서 자산운용사와 증권사들의 물밑 경쟁이 달아오르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산업단지공단이 주관하는 이 사업은 노후산업단지 활성화를 위해 정부와 민간 공동 투자로 각종 시설을 조성하는 것이다.
지금껏 진행된 사업들은 지식산업센터(옛 아파트형공장)와 오피스텔(기숙사) 건설이 대부분이다. 이마저 모두 분양에 실패했다. 일각에선 이 사업이 금융사와 건설·시행사들의 ‘눈먼 돈 나눠먹기’라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 돈…무조건 잡아라
2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산업단지공단은 산업단지환경개선펀드 사업의 올해 예산 3100억원을 위탁 운용할 자산운용사와 사업을 시행할 사업자 컨소시엄 모집에 나섰다. 산업단지공단은 자산운용사 세 곳을 선정해 각각 1000억여원을 맡길 계획이다. 운용사들은 10년간 펀드를 굴리며 사업을 시행하게 된다.
이 사업이 논란을 빚는 건 사업 행태 때문이다. 지금까지 10여 건의 사업을 시행했는데, 부평국가산업단지에 지은 오피스빌딩인 부평테크시티 외엔 모두 지식산업센터와 오피스텔 분양 사업이었다. 속칭 ‘치고 빠지는 식’ 사업은 지역 활성화라는 취지와 어울리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부동산 개발업계 관계자는 “낙후된 산업단지에서 분양사업을 하는 것 외에는 자체적으로 수익성을 확보할 방식을 찾기 어렵다”고 했다.
사업 구조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정부 돈인 펀드자금은 사업법인(SPC)의 지분에 투자하고, 증권사 등 민간은 대부분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형태로 돈을 넣는다. 분양에 실패해도 정부 돈만 날아가고 증권사나 건설·시행사 등 민간은 손해를 볼 확률이 낮다.
예산 급증했지만 비효율 커져
2015년 270억원 규모로 시작한 이 사업 예산은 이후 가파르게 늘어났다. 출자만 하면 빠르게 예산 집행 규모를 늘릴 수 있다. 사업 성패나 손실 여부에 대한 책임 판단은 펀드 만기가 돌아오는 10년 뒤로 미뤄진다.
정부가 급격하게 예산 규모를 늘린 만큼 비효율이 커질 것이란 우려도 있다. 증권사는 사업 분양에 실패해 대출이 연체되면 오히려 돈을 더 많이 벌 여지가 있다. 자산운용사는 매년 펀드 자산의 0.4%를 수수료로 받으면서 자금 관리만 해도 된다. 일반 부동산 개발 블라인드펀드(투자처를 정하지 않은 펀드)와 달리 주도적으로 사업을 할 유인이 적고 운용 수익을 내야 하는 부담도 없기 때문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노후 산업단지가 점점 늘어나고 있는데 정부 재원만으로는 한계가 있어 민간 자금을 섞어 사업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1년 단위로 사업을 벌이다 보니 부실 사업자가 선정될 가능성이 있어 제도 개선을 강구 중”이라고 했다.
이현일/구은서 기자 hiunea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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