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소득주도빈곤' 정책은 걷어내야

입력 2020-01-20 18:33   수정 2020-01-21 00:23

정부는 지난 15일 작년 고용동향을 발표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비롯한 5개 고용 관계 부처 장관들이 합동으로 발표하면서 “정부 정책 덕분에 작년이 ‘일자리 V자 반등의 해’가 됐다”고 자화자찬을 쏟아냈다. 지난 7일 대통령 신년사와 맥을 같이 하는 것이다. 그러나 실상은 고용참사가 지속되고 있다.

연간 신규 취업자수는 2017년에 31만6000명을 기록하는 등 30만~40만 명대를 유지했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 들어 ‘소득주도성장’ 정책을 추진한다면서 최저임금을 2018년에 16.4%, 2019년에 10.9% 올렸다. 2019년부터는 일을 하지 않고 주휴수당을 받는 명목상의 근로시간도 근로시간 계산에 포함하도록 해, 2019년 실제 최저임금은 2018년에 비해 33% 오른 셈이 됐다. 주휴수당을 포함한 2019년 최저임금은 시급 1만30원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은 물론 한국보다 1인당 소득이 두 배나 많은 미국보다도 높은 수준이다. 더욱이 주로 분기 단위로 지급되는 상여금은 매월 고정급이 아니라는 이유로 최저임금 산입에서 제외되고 있다. 이러다 보니 상여금, 복리후생비를 포함해 연봉 5000만원이 넘는 경우에도 최저임금에 미달하는 기업이 속출하고 있다.

이처럼 임금수준은 높은데 생산성은 낮아 영세 중소기업, 자영업자는 버틸 수 없는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 권리금도 포기하고 나간 빈 가게가 속출하고, 산업공단 가동률은 60%대로 추락하고 있다. 견디다 못한 기업들은 해외로 나가 2018~2019년 2년 연속 해외투자액이 500억달러가 넘었다. 이러니 일자리가 생길 리 없다. 결국 매년 30만~40만 명 증가하던 신규 취업자수가 2018년엔 9만7000명으로 재앙 수준의 대폭락 사태를 초래했다. 이에 놀란 문 정부는 2017~2019년 일자리 예산과 일자리 안정자금 77조원을 집행하는 막대한 재정 투입으로 ‘세금주도 일자리’를 양산하기 시작했다.

지난해 증가한 일자리도 대부분 이런 일자리다. 여러 가지 허드렛일을 보조하는 ‘세금주도 일자리’에 재정을 투입한 결과, 60세 이상 노인 일자리가 지난해 37만7000개 증가했다. 올해도 74만 개 노인일자리 예산을 반영했고, 새로 월 50만원씩 지급하는 ‘국민취업지원제도’도 도입할 예정이다.

결국 이런 노인일자리를 제외하면 지난해 일자리는 7만6000개 줄어든 셈이다. 특히 경제의 허리인 30~40대 일자리가 21만5000개 감소했다. 산업별로도 제조업은 8만1000개, 금융업은 4만7000개, 최저임금 인상의 타격을 가장 크게 받은 도소매업에서는 6만 개가 줄었다. 이들 자영업자는 빈곤층으로 추락하고 있다. 지난해 실업률 3.8%는 2018년과 같은 수준인데 이는 2011년 이후 최악 수준이다.

고용률이 소폭 개선된 것은 노년층이 세금주도 일자리에 새로 진입한 결과다. 연령별 탄력적인 최저임금을 적용하면 판매원, 주유원, 경비, 중소기업 자문 등 노년층이 시장에서 할 수 있는 일자리는 적지 않다. 이를 무리한 최저임금 인상으로 모두 봉쇄하고는 월 30만~40만원 정도의 세금 일자리를 공급하고 있으니 노년층 생활에는 별 도움이 되지 못하는 실정이다. 청년 고용률도 다소 개선됐다지만 지난해 17시간 미만 취업자가 30만 명이나 증가하는 등 단기알바 증가가 주된 배경이다.

로버트 배로 미국 하버드대 교수는 한국의 소득주도성장 정책을 ‘소득주도빈곤 정책’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국민을 빈곤으로 추락시키는 이런 정책은 조속히 폐기하고 투자환경을 개선하고 규제를 혁파해 시장에서 양질의 일자리가 창출되도록 해야 한다. 주휴수당은 폐지하고 상여금, 복리후생비는 최저임금에 포함하는 한편, 근로시간 단축도 업종·지역·연령별로 차등 적용해 일자리 참사가 지속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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