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송개발은 지난해 초 회생절차를 들어갈 당시부터 “M&A를 통한 회생계획을 반대한다”는 의견을 회생법원에 전달했다. 일송개발 기존 경영진은 회생절차 관리인을 맡고 있었다. 관리인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M&A가 이뤄져 지난해 11월 말 한림건설이 일송개발을 인수했다. 채권회사인 한림건설을 비롯해 라미드그룹, 건설공제조합 등이 앞다퉈 회생계획안을 제출했기 때문이다.
원매자로 나선 채권회사들이 회원채권자들의 표심을 잡기 위해 골프장 쿠폰 변제를 남발하는 등 총 20개가 넘는 수정 회생계획안을 제출해 인수전이 복마전 양상으로 치닫기도 했다. 결국 일송개발은 2000억원 안팎에 몸값이 형성될 것이란 시장 예상을 깨고 2700억원에 한림건설에 인수됐다.
관리인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채권회사에 기업이 팔린 사례는 또 있다. 제주도 1호 골프장인 제주칸트리구락부 역시 관리인이 M&A를 원하지 않았지만 담보권자인 한프이앤씨가 회생계획안을 제출하면서 530억원에 인수됐다. 회생법원의 한 관계자는 “일송개발과 제주칸트리구락부처럼 관리인(기존 경영진)의 의사와 달리 경영권이 채권회사에 넘어가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라고 말했다.
대형 회계법인의 한 회계사는 “최근에 회생 신청을 상담하러 온 한 기업 대표가 일송개발 사례 등을 거론하며 회생절차를 밟는 데 대해 우려를 나타냈다”고 했다.
이에 미국 연방도산법처럼 채무기업인 관리인 측에 독점적으로 회생계획안을 제출할 권한을 주는 방안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미국 회생절차에서는 관리인에게 180일 동안 회생계획안을 제출할 기회를 독점적으로 주고, 그 대신 해당 계획안이 채권자의 이익을 해할 경우 언제든 이의를 제기할 수 있도록 했다. 회생법원의 한 판사는 “자본주의의 첨병인 미국에서는 채무기업의 회생과 채권자의 이익을 ‘조화’시키는 데 방점을 두고 독점적 회생계획 제출권을 시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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