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보스포럼 21일 개막…트럼프·유럽 정상들 '기후변화' 한판 붙는다

입력 2020-01-20 17:19   수정 2020-01-21 01:42

전 세계 정치·경제 지도자 3000여 명이 참석하는 세계경제포럼(WEF)이 21~24일 열린다.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려 다보스포럼이라 불리는 이 행사는 각국 정상들과 주요 기업의 최고경영자(CEO)가 대거 참석하는 세계 최대 포럼이다. 올해는 ‘결속력 있고 지속 가능한 세계를 위한 이해관계자들’이란 의제로 열린다. 소주제로는 ‘건강한 미래’ ‘지정학을 넘어’ ‘더 나은 비즈니스’ 등 일곱 가지가 있다.

CNBC 등 주요 외신들은 올해 50회를 맞는 다보스포럼이 기후변화와 사회책임투자(ESG)를 강조하는 유럽 지도자들과 미국의 이익을 최우선시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간의 기싸움이 관전 포인트라고 전했다. 특히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 크리스틴 라가르드 유럽중앙은행(ECB) 총재 등 유럽 정상들이 기후변화에 적극 대응하지 않는 트럼프 대통령을 직간접으로 비판하는 자리가 될 전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포럼 첫날인 21일 연사로 나선다. 미국 연방정부 셧다운(부분폐쇄) 여파로 지난해 불참한 트럼프 대통령은 2년 만에 다보스포럼에 참석한다. 외신들은 그가 미·중 1단계 무역합의 성과 등 그간의 경제적 치적을 알리는 데 연설의 상당 부분을 할애할 것으로 전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포럼의 의제인 ‘지속 가능’과 관련해선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을 것으로 관측됐다. 미국 기업 이익에 반한다는 이유를 들어 지난해 11월 파리기후변화협약에서 공식 탈퇴했기 때문이다.

유럽 분위기는 대조적이다. 라가르드 총재는 지난달 유럽의회에서 “기후변화 대응을 ECB 주요 정책의 우선 순위에 둘 것”이라고 말했다.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 역시 기후변화 대응을 EU가 주도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포럼 개막을 앞두고 발표된 연구보고서들도 기후변화와 지속 가능 성장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WEF는 글로벌 회계법인인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와 공동으로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절반 이상인 44조달러(약 5895조원)가 기후변화 위험에 노출돼 있다”는 연구 결과를 20일 발표했다. 건설(4조달러)과 농업(2조5000억달러), 음식료품(1조4000억달러)산업이 기후변화에 심각하게 노출된 3대 업종으로 분류됐다.

WEF는 “기후변화로 인해 자연 생태계가 소실되면 삼림과 해양에서 주요 원료를 얻는 이들 산업은 심각한 붕괴 위험을 맞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WEF에 따르면 자연 생태계에 대한 의존도가 매우 높은 산업이 글로벌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5%(13조달러), 일정 부분 의존하는 산업의 비중은 37%(31조달러)에 달한다.

세계 경제의 회복 여부도 다보스포럼의 주요 관심사다. 세계은행은 2020년 세계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2.7%)보다 0.2%포인트 내린 2.5%로 하향 조정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트럼프 대통령이 무역 분쟁에 대한 화해 제스처를 취했지만 트럼프 행정부가 촉발한 무역 긴장감은 세계 경제 전망에 의문들을 남긴다”고 평가했다.

부의 재분배도 전 세계 경제가 해결해야 할 과제로 지목됐다. 국제구호개발기구 옥스팜은 “억만장자 2153명이 전 세계 인구의 약 60%에 해당하는 46억 명보다 많은 재산을 보유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10억달러 이상의 자산을 보유한 ‘글로벌 슈퍼리치’ 재산은 총 8조7000억달러로, 전 세계 46억 명의 보유 재산 8조2000억달러를 넘어섰다.

올해 다보스포럼엔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런정페이 화웨이 창업자,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 등의 기업인이 참석한다.

정영효/심은지 기자 hug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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