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자동차를 두고 인도 마힌드라그룹과 KDB산업은행의 신경전이 시작됐다. 마힌드라가 쌍용차 정상화에 필요한 자금을 분담하자고 요청한 탓이다.
21일 업계와 산은 등에 따르면 쌍용차 이사회 의장인 파완 고엔카 마힌드라 사장이 지난 16, 17일 방한해 이동걸 산은 회장, 이목희 대통령직속 일자리위원회 부위원장, 문성현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위원장 등을 만나 쌍용차 정상화 방안을 논의했다.
앞서 고엔카 사장은 쌍용차 노조에게 산은의 지원을 전제조건으로 2300억원 규모 직접투자를 할 의향이 있다고 밝혔다. 직원 간담회에서는 쌍용차 정상화를 위해 3년간 5000억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2700억원이 추가로 필요하지만 이를 감당하지는 않겠다는 의도를 드러낸 셈이다.
이를 부담할 대상으로 마힌드라가 눈여겨본 곳이 산은이다. 산은은 GM이 64억 달러(약 7조5000억원)를 지원한다는 조건으로 한국GM에 8100억원 규모 자금 지원을 해준 바 있다.
마힌드라는 우선 대출 연장을 요청한 것으로 감지된다. 쌍용차는 토지와 공장 설비 등을 담보로 산은 1900억원, 우리은행 400억원, JP모건 400억원, 국민은행 140억원 등 2800억원 가량의 대출을 받았다. 당장 오는 7월에는 산은 대출금 900억원의 만기가 돌아온다.
지원을 바라는 마힌드라에 산은은 내심 불쾌한 감정을 드러내고 있다. 한국GM은 산은이 2대주주였지만, 쌍용차는 지분 관계가 없고 채권만 있을 뿐인데 과한 지원을 바란다는 시각이다. 쌍용차 지분의 75%는 마힌드라에 있고 나머지는 소액주주들이 가지고 있다.
마힌드라가 일자리 문제를 부각하고 오는 4월 총선 정국을 활용하면 부담을 느낀 산은이 지원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산은은 지난해에도 문재인 대통령이 인도를 방문해 마힌드라 회장에게 해고자 복직 문제 해결을 요청한 것이 빌미가 되어 1000억원 대출을 시행한 바 있다. 해고자 복직에 대통령 직속 경제사회노동위원회가 개입했고, 산은도 마지못해 자금 지원에 나섰던 것.
정부 관계자는 "4월 총선을 앞두고 한국GM 군산 공장 폐쇄와 같은 고용 불안 위기감이 조성되면 정치권을 중심으로 압박이 이뤄질 수 있다. 산은에게는 큰 부담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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