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한남3구역 입찰 3개사, 위법 없다"…불기소 처분

입력 2020-01-21 17:15   수정 2020-01-22 02:50

서울 한남3재개발구역 시공사 선정 과정에서 ‘과잉 수주전’ 논란을 빚은 건설사 세 곳이 검찰에서 불기소 처분을 받았다. 검찰은 국토교통부와 서울시가 주장한 피의 사실에 혐의가 없다고 결론 냈다. 정부가 정확한 법률 검토도 없이 행정력만 앞세워 무리하게 정비사업을 통제하려 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서울북부지검 형사6부(부장검사 이태일)는 21일 도시정비법 위반 등 혐의로 입건한 현대건설 GS건설 대림산업 등 건설사 세 곳을 불기소 처분했다.


앞서 국토부와 서울시는 지난해 11월 이들 3개사를 검찰에 수사 의뢰했다. 현장점검 결과 3개사가 낸 입찰 제안서에서 법률 위반소지를 20여 건 발견해서다. 정비사업 과정에서 정부가 건설사를 수사 의뢰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국토부는 3개사가 ‘정비사업 계약업무 처리기준’에 담긴 ‘재산상 이익 제공 금지’를 위반했다고 봤다. 사업비·이주비 무이자 지원이나 분양가 3.3㎡당 7200만원 보장(GS건설), 공공임대 0가구(대림산업) 등이 직간접적으로 재산상 이익을 약속하는 행위라고 판단했다.

검찰의 판단은 달랐다. 검찰은 3개사가 입찰제안서에 제시한 이주비 무이자 지원 등을 ‘재산상 이익 제공’이 아니라고 결론 냈다. 대법원 판례에 따라 재산상 이익 제공은 뇌물죄에 준하는 부정행위여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검찰 관계자는 “도시정비법이 금지하는 행위는 계약 체결과 별개로 계약 관계자에게 이익을 제공해 계약을 성사시키는 행위”라며 “이주비 지원 등 입찰제안서 내용은 건설사가 이행해야 할 계약 내용인데 이 부분은 고시에 처벌조항이 없다”고 설명했다.

‘분양가 보장’ 등 실현하기 어려운 내용을 약속해 입찰을 방해했다는 혐의도 검찰은 무혐의로 판단했다. 검찰은 “입찰방해죄는 위계·위력 등 방법으로 공정 입찰을 방해해야 성립한다”며 “건설사가 입찰제안서대로 이행하지 못한 건 민사상 채무불이행 문제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검찰은 “건설사가 거짓 과장 광고를 했다”는 혐의도 법 위반이 아니라고 결론 냈다. 건설사가 제출한 입찰제안서가 법률상 표시나 광고가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검찰 관계자는 “이번 불기소 처분은 수사 의뢰에 따라 입찰제안서 등 내용만 판단한 것이고 입찰과정 전반에 어떠한 범법행위도 없었다고 판단한 것은 아니다”고 했다.

건설업계는 정부가 행정력을 앞세워 무리하게 수사 의뢰에 나섰다고 지적한다. “치솟는 집값을 잡으려고 조합과 건설사만 희생양으로 만든 것 아니냐”는 것이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계약업무처리 기준이 모호한 탓에 처음부터 불기소 처분이 날 것이란 관측이 많았다”고 전했다.

서울시와 국토부는 뒤늦게 법령 개정에 나섰다. 서울시 관계자는 “이번 현안은 검찰 불기소 처분과 관계없이 행정청 권한으로 입찰무효 등 조치가 가능하다”면서도 “국토부와 협의해 계약업무처리 기준과 도정법에 처벌 규정을 담는 등 법령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한남3구역은 197개 동, 총 5816가구(임대 876가구)의 아파트 단지와 상가 건립이 예정돼 있다. 총사업비 7조원으로 국내 최대 재개발 사업으로 불린다.

양길성/배태웅 기자 vertig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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