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다른 논쟁거리도 있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신임 총재는 ECB가 기후 변화 대응에도 집중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런 점들을 볼 때 ECB가 최근 자체 정책 전략에 대한 종합 검토에 들어간 것은 시기적절한 일이다. 체계적인 분석을 기반으로 대안을 내놓기 위해 솔직한 토론을 벌이는 것은 좋은 일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책 전략을 재검토한다고 해서 ECB의 목표치나 정책수단, 전략 등에 대한 컨센서스를 도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각종 정보에 정통한 이들이라도 서로 다른 생각을 가질 수 있다. 각자가 여러 변수에 다른 무게를 두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런 경우 컨센서스는 집단적 사고만을 반영할 위험이 있다. 집단적 사고는 다양한 관점을 거쳐 나오지만, 논쟁 과정에서 다양한 관점을 검토했다는 이유만으로 주요한 리스크를 간과하게 할 수 있다는 위험이 있다.
관건은 서로 엇갈리는 의견을 어떻게 관리하느냐이다. 총재가 컨센서스에 따라 정책을 발표하고, 이후 이사 일부가 반대 성명을 발표하는 지금의 상황은 모두를 바보로 만든다. 이는 ECB 정책의 정당성도 훼손한다. 각 정책결정자들의 견해와 그 근거에 대해 부분적이고 상반되는 정보만 보여주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투표 공개의 필요성이 제기된다. 최근 이냐치오 비스코 이탈리아은행 총재는 ECB 정책위원회가 투표를 통해 정책 관련 결정을 내리고, 그 결과를 발표하게 하자고 제안했다. 미국 중앙은행(Fed), 영국은행(BOE), 일본은행, 스웨덴 중앙은행인 릭스방크 등은 이미 이런 제도를 채택하고 있다.
투표 결과를 공개하도록 하면 정책결정자들은 여론 앞에서 각자 왜 어떤 표를 던졌는지 설명해야 한다는 압박감을 느끼게 된다. 이는 최근 위협받고 있는 중앙은행 독립성을 지키는 데도 중요한 도움이 된다. 정책결정자들이 그들의 행동에 대한 책임을 질 수 있을 때만 중앙은행의 독립성을 실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선 투표 결과와 투표 과정 속기록 등을 공개해 정책 결정 과정을 투명하게 보여줘야 한다.
다른 장점도 있다. 향후 통화정책에 대한 시그널을 준다는 점이다. 표결 내용이 일종의 ‘포워드 가이던스’ 역할을 하게 된다는 얘기다. 투자자들에겐 정책결정자들이 각각 거시경제를 어떻게 전망하는지에 대한 정보도 줄 수 있다. 이는 저금리 환경에선 더욱 유용하다.
투표와 표결 공개를 반대하는 이들은 ECB 이사회에서 다수를 차지하는 각국 중앙은행 총재들이 유로존 전체보다는 자국 국익을 위한 정책에 표를 던져야 한다는 압박을 느낄 것이라고 주장한다. 중앙은행 총재는 국가별로 선정되므로 자국 내 여론을 의식할 가능성이 있어서다.
그러나 이는 각 중앙은행 총재를 과소평가하는 주장이다. 이들은 단지 일자리를 유지하기 위해 대중의 의견에 굴복하진 않는다. 맹목적으로 여론을 따르는 이들은 다른 이사들을 설득할 수 없을 것이다. 다른 중앙은행 사례를 봐도 그런 우려가 기우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미국 Fed는 지역구별로 연방은행 총재가 있고, 이 중 일부가 전국을 대상으로 하는 Fed 이사회에 속해 있다. 이들은 각자 지역보다 미국 경제 전체의 이익을 염두에 두고 투표한다.
투표는 민주주의 사회의 기본이다. ECB의 통화정책 결정권자들은 투표를 하고 그들이 어떻게 투표했는지도 분명히 밝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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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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